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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소설/파리와 런던의 빈털터리

파리와 런던의 빈털터리 VIII - 조지 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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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의 친구는 큰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들어 갈 곳의 입구를 살폈다-세탁소였다-그러고는 다시 조심스레 뒤로 물러나며, 주변의 창문들과 카페들을 주시했다. 만약 이 장소가 공산당들의 집합소로 알려져 있다면, 감시를 받고 있을 수도 있다, 혹시 형사같은 사람을 보기라도 하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요량이었다. 나는 겁을 먹고 있었지만, 보리스는 이런 수상스러운 행위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부모를 살해한 자들과 거래하게 된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주변에 이상한 점이 없다고 확신했을 때, 우리는 세탁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세탁소 안에는 다림질을 하는 프랑스 여인이 있었고, '러시아 신사들'은 뜰을 지나 계단위에 산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어두운 복도의 계단을 여러 개 걸어 올라갔고 계단 끝에 다달았다. 강한 인상에, 사납게 생겼다, 머리를 얼굴 밑까지 기른 젊은 남자가 계단 끝에 서있었다. 내가 올라오자 그는 의심스럽게 나를 보고는, 한 팔로 길을 막으며 러시아 말로 무어라 말했다. 




'암호!' 내가 대답을 못 하자 그가 날카롭게 말했다. 




나는 깜짝 놀라 멈춰섰다. 암호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 했었다. 




'암호!' 러시아 사람이 반복했다.




보리스의 친구, 뒤에서 걷고 있었다, 그 때 앞으로 나와 러시아어로 무어라 말을 했다, 설명이나 암호였을 것이다. 말을 듣자, 사나와 보이는 젊은이는 확실히 만족한 듯 했고, 작고 더러운 서리가 낀 유리창이 있는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마치 엄청난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사무실 같았다, 러시아로 쓰인 선전 벽보들과 크고 어설픈 레닌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었다. 책상에는 슬리브 셔츠를 입고 면도를 하지 않은 남자가 앉아있었는데, 그의 앞에 있던 신문더미 중에서 꺼낸 신문 포장지에 주소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들어가자 프랑스어로 말을 걸었다, 그닥 좋은 발음은 아니었다. 




'조심성이 없구만!' 그가 야단치듯 소리쳤다. '왜 세탁물도 없이 왔는가?'



'세탁물?'




'누구든 여기에 올 땐 세탁물을 들고 온다고, 밑에 있는 세탁소에 가는 것 처럼 보이지 않는가. 다음에는 제대로 된 꾸러미를 들고와야 하네. 우린 경찰들이 우리 뒤를 밟는걸 원치 않아.' 





이건 내 예상보다 더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보리스가 빈 의자에 앉았고, 그 뒤로 러시아어로 많은 대화가 오고 갔다. 오직 면도를 하지 않은 남자만이 말을 했다; 다른 한 명은 벽에 기댄 채로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여전히 나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 단 한 단어도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들으며, 혁명 벽보로 둘러 쌓인 작은 방에 서있는 건, 뭔가 묘했다. 러시아인들은 미소를 지어가며 어깨를 으쓱거리며 빠른 속도로 열띠게 대화를 나눴다. 무엇에 관한 대화인지 궁금했다. 그들은 서로를, 내 생각에는 말이다, 마치 러시아 소설 속의 인물들 같은'작은 아버지', '작은 비둘기' 아니면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로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대화는 혁명에 관한 것 같았다. 면도를 하지 않은 남자가 힘주어 말했다, '우린 절대 탁상공론은 하지 않지, 논란은 과거 부르주아의 것이야. 우리는 행동을 하지.' 그때 나는 이 일이 정확히 그런 것만은 아니란 것을 이해했다. 보아하니 입회료로 20프랑이 필요했다, 보리스는 그 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우리가 가진 돈이라고는 17프랑이 전부였다). 결론적으로 보리스는 우리의 소중한 저금을 지키고는 그 자리에서 5 프랑을 넘겨주었다




그러자 사나운 인상의 남자는 덜 의심하는 것처럼 보였고, 책상 끝에 걸쳐 앉았다. 면도를 하지 않은 남자가 프랑스어로 나에게 질문을 하며, 종이 쪽지에 적기 시작했다. 공산주의자였나? 그가 물었다. 그에게 동조하며 대답을 했다; 한 번도 어떤 기관에 몸 담은 적이 없다. 영국의 정치상황을 이해하고 있는가? 오, 당연하다, 당연하다. 나는 여러 장관의 이름을 들었고, 노동당을 경멸하는 발언들도 했다. 운동경기는 어떤가? 운동경기에 관한 기사도 쓸 수 있는가?(유럽 대륙에서는 축구와 사회주의 사이에는 설명하기 힘든 관계가 있었다.) 오, 당연하다, 다시 대답했다. 둘 모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면도를 하지 않은 남자가 말했다. 




'확실히, 자네는 영국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군. 모스크바에 있는 주간지에 쓰일 기사를 써줄 수 있겠나? 자네에게 상세한 사항들을 알려주겠네.'



'물론이지요.'



'그럼, 동무, 내일 첫 번째 우편을 통해 연락을 받을걸세. 아니면 두 번째 우편이 될 수도 있고. 기사료는 기사 한 건당 150 프랑이네, 다음 번에는 세탁물 가져오는 걸 기억하게. 잘 가게, 동무.'



우리는 밑으로 내려갔다, 세탁소 밖에 누가 있나 조심히 살폈고, 슬쩍 빠져 나왔다. 보리스는 행복에 겨워 흥분했다. 보리스는 황홀경에 빠져 담배가게로 달려갔고, 50 상팀을 시가에 써버렸다. 그가 밖으로 나왔고 지팡이로 바닥을 치며 활짝 웃었다. 



'드디어! 드디어! 이제, 친구, 우리의 운이 피었네.자네가 아주 잘해 주었어. 자네를 동무라고 부르는 걸 들었나? 기사 한 건당 150프랑-오 신이여, 이런게 행운이지!'




다음 날 아침 우체부가 온 소리를 듣고 편지를 받기 위해 비스트로로 달려갔다, 실망스럽게도, 오지 않았다. 두 번째 우편을 위해 집에 머물렀지만, 그럼에도 편지는 오지 않았다. 삼일이 지나고 나서도 나는 비밀 단체로 부터 아무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우린 희망을 포기하며, 분명 그들이 기사를 쓸 다른 사람을 찾아낸 것이라 결론내리고 있었다




열흘 뒤 우리는 비밀 단체의 사무실을 다시 방문했다, 세탁물 처럼 보이는 꾸러미를 들고 말이다. 그런데 비밀 단체가 사라지고 없었다! 세탁소 여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오직 '그 신사분들'은 며 칠 전에 떠났다는 것이다, 방세 때문에 문제가 생긴 뒤라 했다. 얼마나 우리가 바보 같이 보이던지, 세탁물 꾸러미를 들고 거기 서 있는 꼴이란! 그래도 20 프랑 대신 5 프랑을 낸건 위로가 되었다.                         



그게 비밀 단체에 대해 들은 마지막 이었다. 그들이 정말 누구였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 했다. 개인적으로 생각으로는 그 사람들은 공산당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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