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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소설/영어

그는 그곳에 있었다-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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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고 김부장의 사무실이 위치한 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중저음의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후 부장의 사무실이 위치한 층에 엘리베이터가 섰고 나는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부장의 사무실 쪽에 다달았을 때 문 옆에 달린 인식기에 다시 손목을 가져다대었다. 손목을 인식하자 인식기에서 택시에서 들린 똑같은 신호음이 울림과 동시에 문의 잠김이 풀리는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부장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부장은 자신의 책상을 뒤로하고 유리창에 설치 된 TV 쪽으로 등을 돌린채  사형식 중개 장면을 보고 있었다. 나는 인기척을 했고 부장은 앉은 채로 의자를 돌려 나를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이고 신대리 미안하네. 토요일 인데 쉬지도 못 하게 하고 이번에 새로 설치한 소프트웨어가 이상해서 말이야 난 분명히 설명 받은대로 했는데 새거라서 그런지 자꾸 문제가 나네. 신대리가 한번 봐주면 될 것 같아서 말이야 신대리가 전문가지 이쪽에는 그렇지?" 

김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에게 의자에 앉으라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앉아 앉아, 밥은 먹었고? 괜히 약속 있는 사람 부른거 아닌지 몰라" 

"네, 전 먹었습니다. 부장님은 식사하셨어요? 약속은요 무슨 아닙니다 부장님도 주말에 나와서 일 하시는데 당연히 문제가 있다면 나와봐야죠."

부장은 언제나 자신의 능력부족을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의 실수나 무지를 부하직원이나 새로운 기술 탓으로 돌렸다. 그런 그를 보는 것도 지겨웠지만 더욱 지겨운 것은 부장에게 입만 열면 마음에도 없는 가식적인 말을 쏟아내야 하는 내 자신이 더욱 싫을 때도 많았다. 부장의 자리에 앉으며 제발 사소한 문제여서 빨리 해결하고 자리를 뜰 수 있기를 바랬다. 부장은 내가 자리에 앉아 화면을 살피기도 전에 보고있던 TV로 몸을 돌려 버렸다. 화면에 뜬 프로그램의 문제에 대한 설명을 보니 그다지 어렵지 않은 문제 였다 늦으면 1시간 빠르면 30분안에 끝낼 수 있는 문제로 보였다. 안도의 마음이 저절로 들어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화면의 아이콘들을 하나하나 씩 손으로 찍기 시작하자  부장이 TV에 눈을 고정 시킨채 넋두리를 시작했다. 

"어때 빨리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신대리 한테 미안하네 그래. 아니 주말에 일 좀 할려고 했더니 말이야 갑자기 그런 문제나 생기고 나도 참 운이 없단 말이지. 나 운 없는 건 괜찮은데 괜히 그것 때문에 엄한 사람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말이야. 이해 좀 해주게 신대리." 

'알면 부르지를 말 던가.'

차마 입밖으로 나올려는 말을 참았다. 


"아닙니다. 어차피 저도 아침에 할 일이 없었습니다."

"아니 젊은 사람이 주말에 밖에서 사람도 만나고 즐기고 다녀야지 왜 아무것도 없어. 젊을 때 놀수 있을 때 놀아, 장가들고 애 낳고 내 나이되면 주말에 즐기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서 못 놀아, 집사람은 모임 때문에 밖으로 나돌지 애들은 공부한다고 나가지 친구 만난다고 나가지 친구놈들은 가족일 때문에 바쁘다 일 때문에 바쁘다 만날 사람은 고사하고 이거 집에서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어진다니까."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 하는 척 했다.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르자 TV의 소리가 한층 더 크게 들리는 듯 했다. TV에서는 이미 2번째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곧 있으면 마지막 사형수가 등장한다는 의미였다. 부장은 조롱섞인 말투로 오늘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사형수인 죄수번호 1번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죄수번호 1번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구나. 그래도 죄수번호 1번은 역사적인 인물인데 말이야. 손목에 칩으로 된 주민등록증도 모자라서 머리속에 GPS를 밖아 넣게 된게 저 놈인데 말이야. 법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데 어느정도 일조한 인물인데 감형 좀 시켜줘서 무기징역으로 좀 바꿔주면 안되나? 허허허."

죄수번호 1번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인물이였다. 약 7년간 38명의 사라들을 살해 한 연쇄살인마였던 것이다. 그는 남녀노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7년간 공권력을 조롱하며 살인을 저질렀다. 그의 살인방식은 매우 잔인하였고 용의주도 하였다. 경찰이 그에게 자유아닌 자유를 허용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의 살인 방식이 처음에는 일치하지 않는 방식이였던대다가 살인대상들도 전혀 공통점이 없었던 사람들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지역에서만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닌 전국을 돌아다니며 살인을 저질렀기에 초반 몇년간은 그 누구도 연쇄살인 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 일련의 살인사건들 속에서 경찰이 연쇄살인사건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게 해준 것은 그가 살인을 시작한지 4년째 되던 해였다. 경찰은 매주 넷째주 화요일에 희생자들이 살해 당했다는 것을 밝혀 냈다고 한다. 그 후로 그는 국가의 대대적인 공공의 적으로 낙인이 찍혔고 그로 인해 사회는 공포의 도가니에 물들어 갈 수 갔다. 그러한 여파로 당시 여당은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 위해 사형제도의 재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였고 더 나아가 손목에 심어놓은 주민등록증 외에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머리속에 GPS를 심어야 한다는 정책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였으나 죄수번호 1번이 잡히지 않자 여론은 점점 사형죄와 GPS를 이식하는 법을 지지하게 되었다 거기에 당시 여당이자 이 두가지 정책을 내 논 국민정의당이 다수의 의석을 확보해 두가지 정책 모두 자연스레 통과가 되었다. 그 후로 모든 사람들의 손목에는 신용카드와 주민등록증 역할을 하는 칩이 그리고 머리에는 실종시에 또는 범죄를 저질렀을시 추적이 가능한 GPS가 이식이 되게 되었다. 아마 이것을 비꼬는 의미에서 부장은 죄수번호 1번을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한 모양이였다. 

TV의 광고가 끝나고 다시 사형수 중개 현황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부장은 화면을 보며 말했다. 

"어 시작한다, 이제 추첨 시작하겠는데, 신대리 자네도 잠깐 쉬고 이거 봐." 

나는 의자에 앉은채로 유리창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TV가 나오는 부분을 제외한 넓은 유리창 밖으로 거대한 빌딩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TV를 눈을 옮기자 사회자가 한 손을 상자안에 넣은채로 휘젓고 있었다. 잠시 후 사회자는 자신의 손을 상자에서 꺼내 들었고 그의 손 안에는 입장권에서 절취한 번호표가 들려있었다. 그는 입장권을 흥분 된 얼굴로 들여다 본 후 큰 소리로 번호를 외쳤다. 잠시 후 화면은 전광판에 뜬 번호를 확대시켜 보여주었다. 번호를 보여준 뒤 카메라는 경기장 안을 뱅글뱅글 돌며 보여주기 시작했고 돌고 있던 카메라는 한 위치에 갑자기 정지하였다. 정지한 위치에서 화면이 점점 확대가 되었고 확대 된 화면으로 젊은 여성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모습이 잡혔다. 그녀가 오늘의 마지막 사형수이자 역사적인 인물의 처형자가 될 사람이였다. 사형집행에 관한 운행이 사기업으로 넘어간 뒤로부터는 첫번째와 두번째 사형수는 사형집행인이 따로 있는 반면 마지막 사형수는 추첨을 통해 관람자에게 사형수를 사형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었다. 기업들이 이익을 얻기위해 부리는 수작이라는 비판도 많았지만 국민들의 인기가 너무 거세 그러한 비판도 곧 사르라졌다. 추첨의 기쁨으로 가득 찬 그녀의 양 옆으로 그녀를 사형수 옆으로 인도할 경비병들이 붙어 있었다. 화면의 그녀가 사형수에게 다가가는 것을 계속해서 주시하며 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으로 보이는 관중들은 부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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