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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소설/파리와 런던의 빈털터리

파리와 런던의 빈털터리 XXVIII - 조지 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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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이 수 많은 사람들에게는 욕조 하나에 담긴 물만이 허락되어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스무명의 부랑자들이 얼굴을 세수를 한 뒤였고, 물 위에 떠 있는 검은 거품을 힐끔 본 나는, 씻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이 뒤에 어제 주어진 저녁과 정확히 똑같은 식사가 나왔다, 우리들은 옷을 되돌려 받고나서, 마당으로 나가 일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일은 극빈자들의 저녁에 쓰일 감자의 껍질을 벗기는 것이었지만, 우리를 진찰할 의사가 올 때까지 붙잡아 두려는, 단순히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부랑자들은 노골적으로 게으름을 피웠다. 열시즘이 되어 의사가 나타났고 우리는 방으로 돌아가 옷을 벗고 복도에서 검사를 기다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알몸으로, 몸을 떨며, 복도에 일렬로 서 있었다. 한 없이 위축되고, 피폐한 똥개마냥, 자비라고는 없는 아침 태양빛 아래 서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부랑자들의 옷들은 상태가 나쁘다, 그렇지만 더 심각한 것을 감추어 준다, 그들의 상태가 진정으로 어떤지 보기 위해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 헐 벗은 그들을 봐야만 한다.  평발, 툭 튀어나온 배, 움푹 꺼진 가슴, 처진 근육-모든 종류의 망가진 육체들이 그곳에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었고, 몇 몇은 한 눈에 봐도 질병을 앓고 있었다, 75세의 미라같이 생긴 노인에 대해 말해 보자면, 대체 어떻게 하루하루를 걷는게 가능했는지 경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우리의 얼굴을 보았다면, 면도도 하지 않고 밤잠을 설쳐 극도로 지쳐 보였는데, 아마도 일주일 동안 술에 절어 있다 제정신을 차리고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검사는 천연두만을 찾기 위한 의도였을 뿐, 전반적인 상태는 무시했다. 젊은 의학도는, 담배를 입에 물고, 빠른 걸음으로 줄을 따라 걸으며 우리들의 위아래를 훓었다, 누가 어디가 아픈지 괜찮은지는 묻지도 않았다. 나와 같이 방을 쓴 남자가 옷을 벗을 때, 그의 가슴을 뒤덮은 붉은 발진을 보았고, 게다가 그의 옆에 딱 붙어서 하룻밤을 보냈었다, 혹여 천연두는 아닐까 하여 심장이 뛰었다. 그러나, 의사는, 발진을 검사하고 그저 영양실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사를 마친 우리는 옷을 입고 마당으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문지기가 우리들의 이름을 호명했고사무실에 남겨둔 소지품들을 우리에게 돌려 주었다, 그리고는 식권을 나눠주었다. 식권은 장당 6펜스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고, 어제 이야기가 나왔던 부랑자들이 이용하는 경로에 위치한 커피숍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수의 부랑자들이 문맹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과, 나와 다른 '배운 사람들'이 지원하여 그들의 식권을 해독해 주었어야 하는 일은 꽤나 흥미로웠다. 





정문이 열리자 마자, 그 즉각 우리들은 흩어졌다. 수용자 신세와 똥보다 못 한 악취로 절은 수용소 후에 맡은 공기는-촌구석 뒷골목의 공기마저도 달콤했다- 어찌그리 달콤하던지! 이제는 동료도 있었다, 감자껍질을 벗기는 동안 패디 제이크라는 아일랜드인과 친구를 맺었는데, 창백하고 우울한 얼굴의 그는 깔끔하고 예의가 있어 보였다. 그는 에드버리 수용소에 가려던 참이었고, 함께 가지 않겠냐고 제안해 왔다. 우리는 출발했고, 오후 세시까지 도착할 요량이었다. 12마일 거리였지만, 런던의 북쪽 어느 황량한 빈민가에서 길을 잃었고 14마일을 걸어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가진 식권은 일포드에 있는 한 커피숍을 지명하고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자, 이 건방진 직원 계집은, 식권을 보고 우리가 부랑자라는 것을 파악하고는, 경멸하는듯 한 태도로 고개를 홱 돌리고 긴 시간 시중을 들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는 '큰 차' 두 잔과 빵 네조각 그리고 발라먹을 것 식탁위에 던져 놓았다- 이 정도면, 8펜스 어치하는 음식이었다. 이런 가게들은 상습적으로 각 식권에서 2펜스씩 등쳐먹고 있었다. 돈이 아닌 식권을 들고 있는 이상, 부랑자들은 반발할 수도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었다. 





XXVIII





패디는 약 2주정도 나의 동료가 되었다, 그는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된 부랑자였기에, 그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싶다. 패디는 전형적인 부랑자로 영국에는 그와 같은 부랑자가  무수히 많을 것이다





키가 큰 편이었고, 반백이 되어가는 머리에 희미한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잘 생긴 외모였지만, 볼은 평평했고 빵과 마가린만 먹는 식습관으로 얻은 더럽고, 잿빛의 모양새가 본질적으로 몸에 베어 있었다. 그가 입고 있던 옷은, 다른 부랑자들에 비해 현저히 나았다, 두꺼운 모직으로 된 사냥용 상의와 장식용 수술이 여전히 달려있는 낡은 이브닝 바지였다. 알고보니 그는 이 장식용 수술을 놓치고싶지 않은 체면의 조각으로 대하고 있었다, 헐거워지면 주의하여 기우고 또 기웠다. 그는 외모를 전체적으로 관리했다, '개인 서류'와 주머니칼은 오래전에 팔아 넘겼음에도, 앞으로도 팔지 않을, 면도기와 신발솔은 지니고 다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주 먼 발치에서 그를 봐도 부랑자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무기력하게 걷는 모습에는 특유의 몸짓이 있었고, 어깨를 앞으로 구부리고 다녔는데, 근본적으로 비굴해 보였다. 그의 걸음을 보고 있자면, 그가 다른 사람을 한 대 치기보다는 머지않아 한 대 맞을 것 같은 기분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패디는 아일랜드에서 자랐다, 2년간 전쟁에 참여했고, 그 뒤 금속광택제 공장의 인부였다, 2년전 그가 직장을 잃은 곳이다. 그는 부랑자로 지내는 일을 끔찍하게 부끄러워했다, 그렇지만 부랑자들이 사는 삶의 방식을 전부 체득한 상태였다. 끊임없이 도로를 훓어보았는데, 담배 꽁초는 절대 놓치지 않았다, 빈 담배곽 조차도 마찬가지였고, 담배를 말기 위한 화장지는 말 할 것도 없었다. 에드버리로 가는 길에 거리에 놓인 신문 꾸러미를 발견한 그는, 꾸러미에 바로 달려 들었고, 그 안에 든 양고기/정말 너덜너덜한 샌드위치를 찾아냈다. 나도 먹어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리고 절대 자판기의 동전반환손잡이를 돌려보지 않고는 지나치지 않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가끔 고장이 나있어서 반환손잡이를 돌리면 자판기가 페니를 뱉어 낼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범죄를 부릴 배짱은 없는 사람이었다. 롬튼의 교외를 지나고 있을 때 였다, 패디는 문가에 놓인 우유 병을 보았다, 분명 실수로 두고 간 것이다. 그는 자리에 서서 굶주린 눈빛으로 우유 병을 쳐다 보았다. 





'망할!' 그가 말했다, '좋은 음식이 낭비가 되겠군. 누가 훔쳐가지 않을까, 응? 쉽게 훔쳐 갈 수 있겠어.'





나는 그가 직접 '훔쳐야 겠다'는 생각 중인 것이 보였다. 그는 거리를 둘러 보았다. 한적한 주택가의 거리였고 아무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패디의 빈약하고, 낙담한 얼굴은 우유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침울해져서는 몸을 돌리며 이렇게 말 했다. 





'놔두는게 상책이야, 도둑질을 해서 좋을게 없어. 감사합니다, 신이여, 난 지금까지 어떤 것도 훔치지 않았어.'




 

그가 고결할 수 있게 붙잡아 준 것은, 굶주림으로 얻은 두려움과 성격이었다. 그의 뱃속에 신선한 음식 두세 가지만 들어 있었어도, 우유를 훔칠 용기를 찾았을 수도 있다





패디가 가진 대화 주제는 두 가지 였다. 부랑자로서 지내는 실망감과 수치심, 그리고 공짜 식사를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거리를 배회하고 하고 있을 때면, 그는 자기연민에 빠진, 훌쩍거리는, 아일랜드인의 목소리로, 이런 식의 독백을 멈추지 않았다.





'떠돌이 생활은 못 할 짓이야, 그렇지 않아? 망할 수용소에 가는 건 마음을 편치 않아. 그래도 다른 수가 없잖아, 응? 지난 두 달간 괜찮은 음식은 먹지도 못 했다고, 게다가 신발이랑 내 몸 상태가 말이 아니잖아, 에드버리로 가는 길에 수녀원에 들려 차 한 잔이라도 얻어 마시면 어떨까? 대개는 차 한 잔 정도는 잘 주거든. 종교가 없는 사람은 어쩌란 말이야, 응? 수녀원, 성당, 성공회 교회, 이런 비슷한 곳들에서, 차를 얻어 마신 적이 있어. 나는 카톨릭 신자라고, 다시 말하면, 17년간 고해성사를 하지 않았어, 그렇지만 아직 신앙심은 가지고 있다고, 알겠지. 수녀원은 차 한 잔 정도는 잘 주는데 말이야...' 끊임이 없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하루종일 떠 들 수 있었다, 거의 쉬지도 않고. 






그의 무식함은 끝이 없었고 경악을 금치 못 할 정도였다. 한 번은, 예를들면, 나폴레옹이 예수님 이전에 살았는지 이후에 살았는지 물어 보았다. 다시 한번은, 내가 서점의 창문을 들여다 보고 있었는데, 그는 '예수님을 모방하다' 라는 책 제목 때문에 심각하게 속상해 했다. 이를 신성모독으로 받아 들였다. '대체 뭐 때문에 그 분을 흉내내고 싶어 하는거야?' 굉장히 화가 나서는 따져 물었다. 그는 문맹은 아니었지만 책을 혐오하는 경향이 있었다. 롬튼에서 에드버리로 가고 있는 중에 공공도서관에 들렸다, 패디는 책을 읽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들어와서 다리를 쉬게 하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도로에서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다. '아니,' 그가 말했다, '그 많은 글자들을 보기만 해도 토가 나올 것 같아.' 





대부분의 부랑자가 그렇듯, 패디도 성냥을 극심하게 아꼈다. 우리가 만났을 때 그는 성냥 한 갑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성냥을 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내가 성냥을 켤 때면 낭비에 관한 일장 연설을 늘어 놓고는 했다. 패디의 방법은 거리의 행인에게 불을 구궐하거나, 성냥을 쓰느니 반시간동안 담배를 아예 피지 않았다. 





자기연민은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였다. 불운에 대한 생각은 그를 한 순간도 떠나지 않는 듯 했다. 별 것도 아닌 일로 긴 침묵을 깨며 소리를 질렀다. '모든게 엉망이 되기 시작하는 건 망할 노릇이야.' 아니면 '그 수용소 차는 차도 아니야 오줌이지.' 이런 생각할 거리를 빼면 다른 것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듯 했다. 게다가 그보다 형편이 나은 사람들을 저급한, 벌레같이 샘을 냈다, 부자들은 아니었고, 부자들은 그의 사회적 지평선에서 너무 먼 곳에 있었다, 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패디는 일자리를 예술가들이 유명해지고 싶어 애를 태우는 것처럼 열망했다. 노인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도 보면 속 쓰려하며 투덜거렸다. '저 늙은이를 봐, 사지멀쩡한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몰아내고 있잖아.' 소년일 경우에는, '저런 어린 것들이 우리 입에서 빵을 뺏어 가는거라고.' 그리고 모든 외국인들은 그에게 '빌어먹고 썩을 라틴자식'들이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실업문제는 외국인들 책임이었다.                                  





여자들은 애증이 뒤섞인 눈으로 쳐다보았다. 젊고, 어린 여자들은 그의 생각 속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높았다, 하지만 창녀들에게는 군침을 흘렸다. 두세 명의 진붉은 입술을 한 늙은 여자들이 지나갔다. 패디의 얼굴은 연분홍으로 상기되었고, 몸을 돌려 그녀들의 뒤에서 탐욕스럽게 응시했다. '창녀들!' 사탕가게 창문에 붙은 아이처럼, 중얼거렸다. 한 번은 지난 2년간 여자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직장을 잃은 그 이후다- 그리고 창녀보다 나은 사람을 품을 수 있었다는 것도 잊었다고 했다. 그는 부랑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자칼의 성질처럼, 비굴하고, 시기하고 질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괜찮은 동료였다, 천성적으로는 후해서 마지막 빵껍질을 친구에게 나누어 주었다. 실제로 한 번 이상은 그의 마지막 빵껍질을 나와 정말로 나누었다. 몇 달간 잘 먹기만 했다면, 패디는 일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2년간의 빵과 마가린은 그의 상태를 가망이 없는 수준으로 낮추어 놓았다. 패디는 그의 심신이 열등 것들로 가득 찰 때까지 고약한 모조식품에 연명하며 살아 왔다. 그의 인간성을 파괴한 건 그 어떤 타고난 못 된 성질이 아닌 영양실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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