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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소설/파리와 런던의 빈털터리

파리와 런던의 빈털터리 XXIV - 조지 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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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 마디는 모든 것을 망쳐 놓았다. '미안하네,' 설명하기를, '자네 고용주가 외국으로 떠났어, 환자도 함께. 그래도, 한 달 뒤면 돌아 올거야, 그 때 까지 기다릴 수 있겠지?' 





나는 돈을 빌려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미 거리에 서 있었다. 한 달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내 손에는 정확히 19 파운드 6펜스가 들려 있었다. 이 소식은 나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하루를 거리를 배회했고, 밤이 되었을 때는, 런던에서 저렴한 잠자리를 얻을 어떤 방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룻밤에 7파운드 6펜스 하는 '가정' 호텔로 들어갔다. 방세를 지불하고나자 내 손에는 10파운드 2펜스가 남아 있었다. 





아침이 되기 전에 나는 계획을 마련했다. 머잖아 B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찾아가야만 했지만, 아직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는 시원찮은 생활을 근근히 이어가야 했다. 과거의 경험은 내가 가진 최고의 정장을 저당 잡히길 꺼리게 만들었다. 두번째로 좋은 정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물건을 기차역의 휴대품 보관소에 남겼다, 이 정장을 값싼 옷 몇 벌로 바꾸고 1 파운드 정도를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30 실링으로 한 달을 살게 된다면 궁색한 차림이 필요했다-실제로,더 못 한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런던을 파리 알듯이 알지 못 했기에, 30실링으로 한 달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 전혀 감도 오지 않았다. 구걸이나 신발끈을 팔수도 있었다, 그리고 선데이지에서 거지들이 자신들의 바지에 이천 파운드를 꿰매 넣고 다닌다는 기사를 일전에 읽은 기억이 났다. 여하튼, 런던에서 굶주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했기에,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옷을 팔기 위해 람베스로 내려갔다, 사람들은 가난하고 헌옷 가게가 넘치는 곳이었다. 처음 찾은 가게의 주인은 친절했지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두번째는 무례했다. 세번째는 귀가 완전히 먹었다, 아니 귀가 먹은 척 했을 수도 있다. 네번째 주인은 풍성한 금발을 한 젊은 청년 이었는데, 마치 햄 처럼, 몸 전체가 분홍색이었. 그는 내가 입은 옷을 보고는, 얕보아 보며 엄지와 검지로 만졌다. '싸구려네요,' 그가 말했다, '싸구려네요, 그거.' (꽤나 괜찮은 정장이었다) '그걸로 뭘 원해요?' 





입고 있는 옷을 헌 옷과 바꾸고 그가 줄 수 있는 만큼의 돈을 주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더러워 보이는 헌 옷을 몇 가지를 골라 창구에 던져 올려 놓았다. '돈은 안 주시나요?' 1파운드를 기대하며, 그에게 물었다. 가게주인은 입을 오므리고는, 1실링을 꺼내들고는 옷 옆에 두었다. 따져 묻지 않았다-따져 물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입을 벌리자마자 그는 1실링을 다시 가져가려는 듯 팔을 뻗었다. 속수무책이었다. 주인은 가게 뒷 편에서 내가 옷을 갈아 입을 수 있게 해주었다. 





옷 가지들은, 짙은 갈색의 외투, 검은색의 거친 무명 바지, 목도리 하나와 납작 모자 하나 였다. 셔츠, 신발 그리고 양말은 넘기지 않았고, 주머니에는 면도기와 머리빗이 들어 있었다. 이런 옷을 입으니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충분히 허름한 옷들을 입어 본적이 있긴 했으나, 전혀 이런 옷들 같지는 않았다. 그저 더럽고 몰골사나운 옷이 아니었다, 이 옷들은-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볼품도 없었고, 골동품 쓰레기같이 녹이 슬어 있었다, 단순한 초라함과는 완벽히 달랐다. 신발끈을 파는 사람이나, 부랑자가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옷들 이었다. 한 시간 뒤, 람베스에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 처량한 한 남자를 보았는데, 부랑자가 확실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보자 그 부랑자가 바로 나였다, 상점의 창문에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던 것이다. 먼지가 이미 내 얼굴에 덕지덕지 내려 앉고 있었다. 먼지는 대단히 사람을 차별한다. 옷을 멀쩡히 입었을 때는 가만히 두지만, 옷깃이 사라지고 나면 모든 사방에서 날아 든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늦은 밤까지 거리에 머물렀다. 지금 처럼 입고 있으니, 경찰들이 나를 부랑자로서 체포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걸 수 없었는데, 내 옷과 억양 사이의 격차를 눈치 챌 것이라는 상상 때문이었다. (후에 알게 됐지만 전혀 이상할게 없었다) 새로 입은 옷들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즉각 인도했다. 모든 사람들의 태도가 한 순간에 바뀐 듯 했다. 수레를 엎은 행상인을 도와 주었다. 미소를 지으며 '고맙네, 자네,' 라고 말했다. 내 인생에서 아무도 나를 자네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이 옷이 해 준 일이었다. 남자들의 옷에 따라 여자들의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처음으로 인식하게 됐다. 허름한 옷을 입은 남자가 그녀들의 옆을 지나치게 되면, 확연한 혐오감의 움직임과 함께 몸서리를 치며 마치 그 사람이 죽은 고양이인 것처럼 피했다. 옷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부랑자의 옷을 입고는, 적어도 첫 날은, 순수하게 경멸당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열한시 경이 되어 나는 잠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간이 숙박소에 관해 읽은 적이 있었는데(여담이지만, 절대 간이 숙박소라 불리지는 않는다) 4펜스나 그 정도 가격에 잠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워털루 거리의 인도 끝에 서 있는, 짐꾼이나 비슷한 일을 하는듯한 남자를 보았고, 그에게 다가가 물어 보았다. 완전히 거덜나 있는 상태이고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잠자리를 찾고 있다고 그에게 말해 주었다





'아' '길 건너 저 집에 가보시오, '독신자를 위한 편안한 잠자리' 라는 간판이 걸려 있을 건데. 괜찮은 장소요, 괜찮고 말고. 나도 때때로 거기에서 자고는 했소. 싸고 깨끗하지.' 





크고, 낡은 행색의 건물이었고, 희미한 빛이 모든 창문에서 흘러 나왔다, 몇 몇 창문은 갈색 종이가 덧대어 있었다. 돌로 된 통로로 들어서자, 졸린 눈을 한 얼굴이 하얗게 뜬 작은 소년이 지하실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나왔다. 웅얼거리는 소리, 뜨거운 공기 그리고 치즈냄새의 파도가 지하실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소년은 하품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잘려구요? 한 푼이에요.' 





나는 1실링을 내자, 소년은 불도 들어오지 않는 곧 무너질 듯한 계단을 지나 침실로 나를 이끌었다. 방에서는 빨지 않은 세탁물의 악취와 진통제의 달콤한 악취가 났다. 창문은 열릴 것 같지 않았고, 공기는 숨을 멎게 만들 지경이었다. 초 하나가 타고 있었고, 방의 크기는 여덟개의 침대가 들어가 있는 정도였다. 이미 여섯명의 숙박객이 있었는데, 그들의 옷들과 뭉쳐서는 이상한 덩어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신발 조차도, 그들 위에 쌓여 있었다. 한 쪽 구석에서는 누군가가 혐오스럽게 기침을 하고 있었다. 





침대 속에 들어가자 널판지같이 단단한 침대가 느껴졌고, 베게는, 순전히 통나무처럼 딱딱한 원통이었다. 식탁 위에서 자는 것 보다 더 최악이었는데, 길이는 발을 뻗기에 충분하지도 않고 넓이는 너무 좁은데다, 매트리스는 기울어져 있어 떨어지지 않게 어느 한 부분을 잡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침대보에서 나는 땀에 절은 악취는 코에 가까이 대지도 못 할 정도였다. 거기에, 이부자리는 침대보 한 장과 무명 이불 한 장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방이 답답했음에도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밤이 새도록 잡음이 멈추지 않았다. 내 옆에 누운 남자는-선원인듯 했다- 매 한 시간 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험한 욕지거리를 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다른 남자는, 방광질환의 희생자 였는데, 밤 동안에만 여섯번을 일어나 요란하게 그의 요강을 사용했다. 구석에 있던 남자는 매 20분 마다 기침을 했다, 정확한 주기로 기침 소리를 듣고나면 다음으로 개가 달을 보며 으르렁 거리며 짖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형언 할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러운 소리였다. 마치 내장이 몸 속에서 뒤틀리고 있는 것처럼, 더러운 거품을 물고 토악질을 했다. 그가 성냥을 켰을 때 그 남자를 보았는데, 백발에, 시체처럼 야윈 얼굴을 나이가 많은 남자였다, 그리고 바지로 잠자리 모자를 만들어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 그 모습이 끔찍하게 보였다. 이 늙은이가 기침을 하고 다른 남자가 욕을 할 때면, 다른 침대에서 잠에 취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윽박을 질렀다. 




'조용히 좀 해! 이런 제기랄! 닥치라고 좀!' 




밤 새 한 시간 밖에 잘 수가 없었다. 아침이 되어서 거대한 갈색의 무언가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희미한 느낌에 잠에서 깨었다. 눈을 뜨고 보자 선원의 한쪽 발이 침대에서 삐져나와 내 얼굴 가까이에 있었다. 때로 뒤덮힌 검은 갈색 이었는데, 인도인의 색깔과 비슷했다. 벽은 여기저기 심하게 얼룩이 져 있었고, 침대보는, 세탁한지 삼주가 넘어 색깔이 누런 암료처럼 떠 있었다. 나는 옷을 입고, 밑층으로 내려갔다. 지하실에서는 한 줄의 세면기가 있었고 두 장의 공용목욕수건이 있었다. 주머니에는 비누가 들어 있었고 씻으려 했다, 그 때 모든 세면기가 때로 덮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딱딱히 굳은, 끈적끈적한 때들은 구두약처럼 새까맸다. 나는 씻지 않은채로 나왔다. 모든게, 간이 숙소가 광고한 것처럼 저렴과 청결 근처에는 가지도 못 했다. 이 숙소는, 후에 알게 됐지만, 전형적인 숙소였다. 





나는 강을 건너 동쪽으로 먼 길을 걸었고, 마침내 타워힐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갔다. 다른 많은 커피숍과 같이, 평범한 커피숍이었지만, 파리의 외국생활 때문인지 어딘가 이상했다. 유행을 타고 있던 등받이가 높은 긴 의자가 들어선 공간은 약간 답답했고, 그 날의 음식은 비누 조각으로 거울에 적혀 있었다, 그리고 14살 소녀가 접시를 나르고 있었다. 신문 꾸러미에 앉아 밥을 먹으며, 손잡이가 달리지 않은 중국식 찻잔같은 것에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른 구석에서는 유대인이 혼자 앉아, 접시에 코를 밖고, 죄진 것 마냥 베이컨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차 한잔, 빵과 버터 좀 주시겠어요?' 소녀에게 말했다. 




소녀는 놀라서는, 나를 쳐다 보고, '버터는 없고, 마가린만 있어요.' 라고 대답했다.




파리에서는 '와인 한잔'으로 끊인 없이 사용되는 구절과 비슷하게 런던에서 자주 사용되는 구절로 그녀는 주문을 다시 읊었다.'차 한잔과 빵 두조각!'




내가 앉은 의저 옆 벽에는 '설타을 가져가지 마시오.' 라는 경고문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어느 시적인 손님이 이렇게 적어 놓았다. 




설탕을 가져가는 자, 비열한-- 불려지리라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피나는 노력으로 중간의 단어를 지워버렸다. 여기는 영국이었다. 차 한잔과 빵 두조각은 3펜스 반 페니가 들었고, 8파운드 2펜스를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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