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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소설/파리와 런던의 빈털터리

파리와 런던의 빈털터리 XXIX - 조지 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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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IX 





에드버리로 가는 길에 패디에게 제안 하기를 나에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친구가 있으니, 수용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보다 런던으로 바로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하지만 패디는 근래에 에드버리 수용소에 가지 않았었고, 역시 부랑자였던지라, 수용소의 무료 숙박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에겐 반페니 밖에 없었지만, 패디에게는 2실링이 있었다, 우리에게 침대와 몇 잔의 차를 안겨 줄 수 있는 돈이었다. 





에드버리 수용소는 롬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악이었던 점은 입구에서 담배를 몰 수 당하고, 흡연시 적발 당하면 즉각 퇴소 당한다는 경고를 받은 것이다. 부랑자 법률에 따라 수용소에서 흡연을 적발당한 부랑자는 고소 당할 수 있다- 사실상, 부랑자들은 거의 어떤 죄목으로라도 고소 당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용소는 보통 반항적인 부랑자들을 퇴소시키고 고소를 하는 골칫거리를 피한다. 할 일은 없었고, 방은 그럭저럭 편안했다. 한 방에 두 명이 잠을 잤는데, '한 명은 위, 한 명은 밑'인데- 설명해 보자면, 한 명은 선반 위에서 자고 한 명은 짚으로 만든 돗자리에서, 충분히 많은 담요를, 더러웠지만 해충은 없었다, 덮고 자는 것이다. 코코아 대신에 차를 받은 것 외에는, 음식은 롬튼에서 먹은 것과 똑같았다. 아침에는 추가로 차를 마실 수 있었는데, 부랑자 대장이 반페니에 차 한 잔을 팔았다, 말 할 것도 없이 불법이다. 빵 한 덩이와 치즈를 가져가서 점심에 먹으라며 각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런던에 도착했을 때는 간이숙박소가 열 때까지 8시간을 죽여야만 했다. 어떻게 이런 것들을 인식하지 못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런던을 무수히 다녀 본 사람이다, 하지만 그 날까지 런던의 비상식적인 일들에 대해 한 번도 인지한 적이 없었다-실상 런던에서는 앉으려고만 해도 돈이 든다. 파리에서는, 돈이 없고 거리의 의자를 찾을 수 없다면, 거리에 앉으면 된다. 런던에서는 거리에 나앉으면 어딘가로 안내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누가 어찌 알았겠는가-감옥이다, 감옥으로 안내 될 수가 있다. 네시가 될 때까지 다섯시간을 서 있었고, 우리들의 발은, 바닥의 딱딱함 덕분에, 시뻘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배도 고팠다, 받아든 배급은 수용소를 나오자 마자 먹어치웠고, 게다가 나는 담배도 없었다-바닥에 떨어진 꽁초를 줍는, 패디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두 교회를 들렸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공공도서관에 가 보았지만 자리가 없었다. 마지막 희망으로 로튼 하우스에 가보는게 어떻겠냐고 패디가 제안했다. 일곱시까지는 아무도 들여 보내지 않는 것이 규칙이었지만, 눈치채지 못 하게 몰래 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우리는 장대한 정문 앞으로 갔다(로튼 하우스는 정말로 웅장하다) 그리고 정말 아무렇지 않은듯, 일반적인 숙박객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며,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마자 정문에서 느긋하게 있던 사람이, 날카로운 얼굴에, 관리자 위치에 있어 보였다, 우리의 길을 막아 섰다. 




'어제 여기서 주무셨습니까?' 




'아니요.'




'그럼 꺼져.' 





우리는 그의 말에 복종했고, 두 시간을 더 거리에서 서 있었다.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길모퉁이의 부랑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경험으로 배울 수 있었다.





여섯시에 구세군 보호소에 갔다. 여덟시까지는 잠자리를 예약 할 수 없었고 빈자리가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한 직원은, 우리를 '형제님'이라 불렀다, 차 두 잔을 사 마신다는 조건하에 우리를 들여 보내 주었다. 흰색으로 도색된 거대한 본관은 크기만 한 볼품없는 장소였고, 불도 없는 그곳은, 답답할 정도로 깨끗하고 텅 비어 있었다. 그나마 제대로 갖춰 입은 듯한, 200명 가량의 사람들이 긴 의자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제복을 입은 한 두명의 직원들이 어슬렁 거리며 돌아 다녔다. 벽에는 부스 장군의 그림들과, 조리, 음주, 침 뱉기, 욕설, 싸움, 그리고 도박을 금지한다는 경고문들이 걸려 있었다. 경고문들 중 하나를 견본으로서, 글자 그대로 옮겨 두었다. 





누구라도 도박 또는 카드놀음를 하다 적발 될 시 추방을 당하고 다시는 어떤 상황에서도 입장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 조항을 어긴 사람들에 적발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신 분께는 사례를 해 드립니다.





이 쉼터를 도박에 빠진 가증스러운 악한들을 몰아낼 수 있도록 담당직원에게 협조해 주시기를 모든 방문객들에게 부탁 드립니다.





 '도박 또는 카드놀음'은 마음에 드는 문구다. 내 눈에는, 이 구세군 보호소가, 깨끗하기는 했지만, 평범한 간이숙박소 중 최악인 곳보다 더 음울 해 보였다. 몇 몇의 사람들에게는 끝도 없는 절망감이 녹아 있었다-멀쩡하면서도, 완전히 쇠진한 사람들은 옷긴은 이미 팔았음에도 여전히 사무직 직종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종류의 사람들이었다. 구세군 보호소에 오는 이유는, 적어도 깨끗하기라도 한 이 곳에서, 그들의 마지막 체면을 움켜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옆 탁자에 앉은 사람들은 외국인들이었다, 넝마를 입고 있었지만 명백한 신사들이었다. 입으로 체스를 두고 있었는데, 말들의 움직을 옮겨 적지도 않았다. 한 명은 장님이었고, 말 하는 것을 들어보니, 5실링 반 가격의 체스판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여기 저기, 핼쑥하고 침울한, 실직한 사무원들이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뭉쳐 있는 한 무리 중에 있던, 깡마른 체형에, 키가 크고,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의 젊은이가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직원들이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자 생각지도 못 한 신성모독을 시작했다.




'그거 아나, 이 사람들아, 내일이면 나는 일자리가 생긴다고. 난 너희들 같은 빌어먹을 실패자들이 아니야, 나 스스로를 건사 할 수 있어. 저걸 봐- 저 문구를 보라고, '주께서 대비하고 계신다!' 그 분은 망할 행운 따위는 나에게 절대 주지 않았지. 내가 주를 믿게 하려고 하지마. 난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난 직장이 있는 사람이야' . 등 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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