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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Life/라이프패션스타일

그들이 하는 연애 -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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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철은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대학생활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첫 번째 학기를 마치자 마자 휴학계를 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 것인가, 무엇이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또래에 비해 진지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철이가 고민하는 건 삶에 대한, 진로에 대한 고민 뿐만이 아니었다. 



수철은 손에 든 꽃을 보며 과연 영희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 줄 지 의문이었고, 자신이 던 질 질문에 대한 영희의 대답,반응에 대해 생각과 상상을 끝을 낼 수 없었다. 영희가 올 시간에 가까워지면 질 수록 수철이의 마음은 떨렸고 목줄기에서 등까지 더 많은 식은 땀이 났다. 영희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지냈다, 아니 사실 영희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졸업 하기 전 고백을 다짐했지만 차마 용기를 내지 못 했고 수철이는 영희에 대한 아쉬움을 가슴 속에 품고 졸업을 해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가게 되면서 영희를 만날 기회는 없었고 먼저 연락해서 만나자고 할 이유도 명분도 생기지 않았다. 차마 아무 이유없이 먼저 만나자고 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영희와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기에, 학교를 갈 때 마다 가끔씩 우연히 영희와 마주칠 수 있었다. 수철은 지나가는 영희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숨고 못 본 척 지나쳤지만 어느 날, 영희가 먼저 수철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친구로 지내게 됐다.  별 것 아닌 영희의 인사로 둘의 관계는 가랑비에 옷 젖듯 친해졌고 그렇게 수철은 한 학기를 영희와 연락도 하고 가끔 만나 친구로서 식사도 하고는 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영희 였기에 자주 만나기도 힘들었고 괜히 영희가 오해하고 자신을 멀리 할 까 걱정이 앞 선 수철이 지레 겁을 먹고 더 조심했기 때문에 자주 만날 기회를 만들지는 못 했다.



그러 던 중 방학이 되었고 수철은 용기를 내어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영희에게 연락을 했고 학기에 비해 여유가 있는 방학 기간인지라 영희와 수철이는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수철의 심장 속에선 영희를 향한 감정이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런 주체 할 수 없는 마음 덕분에 수철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러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아픔도 동시에 찾아왔다. 여름 방학이 끝나가는 즘에 수철은 영희에게 품어 왔던 마음을 더욱 숨길 수 없었고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마을 어귀에서 영희를 기다리며 자신의 넘치는 마음을 전달 해야 겠다는 다짐을 한 수철이었다.




영희는 수철을 만나러 가는 버스였다. 수철과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냈지만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였다. 대학교에 들어와 우연찮게 같은 동네에서 학교를 등교하며 타는 버스에서 마주치게 된게 인연이 되어 친해지게 됐다. 영희가 기억하는 수철은 꽤나 활발한 아이였다. 남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약간은 까불까불 거리는 면이 없잖아 있었다. 밝고, 재밌고, 즐거운 성격을 가진 수철이였지만 영희와 수철이는 가까워 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 여자,남자 가릴 것 없이 장난을 잘 치는 아이였기에 싫어하는 여자 아이도 있었고 인기가 정말 많은 건 아니였다. 그럼에도 꼭 반에서 좋아하는 여자 아이들이 한 두명은 있었다. 활발한 성격에 만나면 언제나 잘 해 주고 재밌게 해 줄 것 같다는 이유였나 그랬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수철이가 자신에게 못 된 장난을 하거나 다른 여자 아이들 대하듯 편하게 대한 기억은 없었다. 원체 조용하고 말 수가 적은  자신의 성격 때문에 수철이가 부담스러워하고 어려워 하나 보다 하고 넘어갔다. 몇 번 대화를 해 보기도 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하 듯 자신을 편하게 못 대하는 것을 보고 자신을 꽤나 어려워 한다 라고만 생각했다. 공부에만 열중하고 남자에 대해 관심이 그닥 없었기에 수철에게 먼저 다가갈 이유도 없었고 이성친구를 이성으로 보던 시기도 아니었다. 




그렇게 영희도 졸업을 했고 대학을 갔다. 1학기를 다니며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어야 했고, 장학금을 따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에 매진했다. 캠퍼스 생활을 즐기는 동기들을 보며 한 편 부럽기도 하고 연애를 시작한 친구들을 보면 자신도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으나 도무지 시간도 나지 않았고 여유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 던 중에, 수철이와의 인연이 시작 됐고 고등학교 동기와의 새롭게 시작된 만남에 은근히 즐거웠고 그런 생활 덕에 웬지모를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영희는 버스에서 내려 수철이가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약속 장소로 향하자 멀리 수철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수철이의 손에 꽃을 들고 있었다. 영희의 심장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는 어디서 꽃을 받아왔나? 여자친구가 생겼나? 어머니 드릴려고 샀나? 누구 주려고 산건가? 받은 건가? 자기를 위한 꽃이 아닐거라는 확신을 심어주며 수철에게 다가가고 있었지만 영희의 심장은 멈출지를 몰랐다. 영희가 수철에게 다가와 애써 뛰는 심장을 누르고 인사를 건냈다. 수철도 굳었지만 밝은 표정으로 밝은 표정이지만 어딘지 어색한 얼굴로 인사를 받아줬다. 둘의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고 영희가 "와, 꽃이 예쁘다, 누구 줄려고 샀어?"라 물었다. 수철은 대답을 하지 못 했다. "아님 누구한테 받은거야? 여자친구 생겼어?" 영희는 꽃을 보던 얼굴을 들어 수철을 보며 질문을 했다. 그런 영희와 눈이 마주친 수철은 급히 눈을 피하며 "너 주려고 샀어." 정말 힘겹게 입을 땠다. 



"나?왜? 오늘 무슨 날이야?" 영희가 또 다른 질문을 했고, 


"나 너 고등...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어.." 라고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빨개진 수철이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고 영희의 얼굴도 이미 달아 올라 있었다. "싫어? 꽃 안 받..받을래?" 라고 수철이 천근같은 입을 다시 땠다. 


"아니, 아니야 고마워. 잘 받을게. 꽃 너무 예쁘다, 향기도 좋고." 영희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꽃을 받아들었다. 입이 찢어 질 것처럼 미소가 나왔지만 억지로 눌러가며 본인의 감정을 조절하려 애썼다. 뭔가 뭔지 모르겠고, 수철이 나를 좋아해 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잡히지는 않았다. 게다가 누군가 자신에게 꽃을 선물로 주고,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 본 경험이 없었던 영희는 지금의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뛰는 심장과 좋아진 기분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오늘부터 우리 그냥 친구 아닌거지?" 영희가 꽃을 받아 든 것에 안도감을 느낀 수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으응" 영희도 수줍은 듯 대답을 했다. 


수철의 얼굴에는 세상을 다 얻은 듯 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이전에는 떨어져서 걷던 거리를 둘이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둘의 연애는 그렇게 시작됐고 둘은 이런 사랑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애를 이어갔다. 영희는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갔고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수철도 스스로의 용돈은 스스로 벌어야 될 나이라며 이전과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를 보살피며 풋풋한 사랑을 꽃피워 갔다. 넉넉하지 않았고 풍족하지 않았지만 둘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모아 데이트 비로 썼고 네가 내고 내가 내고 따지지 않고 서로에게 부담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버는 돈으로는 학교생활을 하기도 빠듯했지만 그나마 학교생활을 하지 않는 수철에게 여유가 있어 데이트 비를 충당했다. 돈을 모으고, 시간을 맞춰 둘이 처음으로 함께 찾은 놀이공원에서 데이트를 한 날은 잊지 못 할 추억이 되었다. 누군가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달이 지났고, 둘의 사이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게 문제 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철에게서 하루 종일 연락이 없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고 답문자도 오지 않았다. 이런 적이 없었기에 걱정도 됐지만 자신을 걱정 시키는 수철에게 화도 단단히 난 영희였다. 짜증이 머리위로 솟구쳤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종일 수철 생각에 아무것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열이 뻐칠대로 뻗친 영희는 수철과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도 아주 잠깐이지만 하게 됐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가던 영희 앞에 수철이 서 있었다. "야! 너 왜 연락이 하루 종일 안돼? 걱정했잖아!" 격앙된 목소리롤 소리치는 영희의 말을 들으면서도 수철은 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수철에게 다가 온 영희는 수철의 얼굴이 이전과는 다르게 너무 무거운 것을 볼 수 있었다.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수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일인데, 말을 좀 해봐. 무슨 일 이길래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 이러고 있어." 대답이 없는 수철이었다. 정적이 흘렀고 수철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영장 나왔어." 


영희는 그게 무슨 뜻인지는 얼추 느낌으로 와 닿았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영장? 군대 영장? 너 군대가? 언제?" 영희가 물었고 수철이 대답했다. "겨울에, 입대해야돼 논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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