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건 죄가 아니지 않은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세상을 다 가질 것같은 자신감이 일어나기도 하고 세상 어떤 사람보다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이 된 것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사랑이 주는 행복이 큰만큼 그와 함께 따라오는 절망과 불행의 크기도 그만큼 크기 때문일듯 하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까지 하게 된다. 모든 걸 다주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성격까지 바꾸려 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 사람에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행위는, 어찌보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어떤 상황에서도 그 사람을 위한 충성과 사랑을 굽히지 않겠다는 다짐과 절대 변하지 않겠다는 충성스러운 맹세를 하기도 한다. 역경과 고난까지도 함께 하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을 먹기도 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이자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동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가끔, 이런 아름다운 행동이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모든 걸 그 사람에게 맞추기에 자신은 사라져가고 아무것도 아닌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혹여 그 사람의 사랑이 식지는 않을까, 나를 거절하진 않을까, 그 동안 쌓아온 금자탑은 모두 사라지고 허무하고 공허한 변화만이 남는 건 아닐까 하며 무서워하고 두려워하게 된다. 그런 실제로 찾아 온다면 넘치는 사랑을 주지 못 해 슬퍼지게 되고 받아왔던 사랑에 목말라하며 우울함에 빠져 들어간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도 사랑을 강요하고 억지로 받아 낼 수 없음을. 어떤 행동과 말로도 사람의 마음을 쉽게 움직이지 못 할 때가 있음을. 사람의 마음이 변하고 사랑이 식는 것 또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고유성이다. 인정하기 싫다고 할지언정 우리가 거부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인간이 하는 사랑에 대한 숭고함이고 사랑이 가진 가치의 아름다움이다. 돌아오지 않는 사랑을 한다고 해서 스스로를 낮춰 볼 필요도, 잘 못된 일을 하고 있다고 다그칠 필요가 없다. 흐르는 사랑은 그저 두는 수 밖에 없다. 무엇이 사랑을 변화시키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사랑은 공허에서 나타나 다시 공허로 흘러 들어가기를 반복 한다는 것이다.
아직 사랑이 가슴에 남아 가슴이 저리고 아려온다고 한들 그 사랑을 없애 방법은 거의 전무하다. 받아들이는 수 밖에 가슴에 남겨 두는 수 밖에 없다.
돌려받지 못 할 사랑을 준다고 해서 죄를 짓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거절할 것 같은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건 창피해야 할 일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도 아니다. 사랑을 자존심 뒤에 감추고 더 나은 사람인척 하는 것 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인간적이고, 존중을 넘어 존경까지 받을 수 있는 행동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하찮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특별한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받는 것 없이 주는 사랑은 바보같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랑들을 볼 때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움을 느끼고 그 뜨거움이 눈물로 넘쳐 나오기도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고귀한 일 중 하나라는 증거이고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중 하나라는 증거다.
손해보는 사랑을 하고 있다, 당신의 사랑을 받지도 않을 사람 때문에 가슴앓이 한다고 스스로를 바보같다고 여기지 말자.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으로서 행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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