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이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최대한 긍정적인 관점으로 이별을 바라본다면 무미건조한 이별 정도가 그나마 아프지 않은 이별일지 모르겠다. 이별이라는 단어가 입에 오르기 직전까지만 해도 특별했던 그 사람이 지나간 과거가 되어 버린다. 마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방금 지나쳐 간 행인과 같이 말이다.
이별을 통보받는 사람에게는 대부분 고통만이 남는다. 절망감과 자괴감 그리고 낮아지는 자존감,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나를 사랑했다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다, 배신당했다는 기분을 어찌 단순한 단어들로 나열할까. 이별을 통보받는 쪽에서는 선택권이 많지가 않다. 아픈 가슴을 잡고 슬픔에 빠지거나, 담담히 인정하거나 아니면 그 사람을 돌리기 위해 고통과 희망에 찬 구걸을 해야 되는 것 외에는.
하지만 이별을 통보하는 쪽에서는 선택권이 있다. 차갑게 돌아서거나, 말없이 사라지거나. 마음 떠난 사람이 이별을 고하며 예의를 갖춰야 하는가는 사실 명확하지 않다. 아무리 특별했던 사랑을 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맺었다고 한들 떠나는 감정이 들게 된 건 일방적인 일이 드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상대방과의 이별이 상대방의 실수가 아니었다면, 최소한의 인간적인 감정이 남아 있다면 그동안 함께 한 그 사람의 고통을 덜어 줄 여유와 관용은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받는 쪽은-언제나 이별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사랑처럼- 정신적 준비를 할 생각도 미처 해야 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때가 많다. 이별을 통보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째서 이별을 해야 되는지 이해를 하지 못 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물론 이별을 하고 싶은 쪽에서 그러한 감정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그동안 함께 해 왔던 그 사람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필요가 없다고 느낄 필요가 없다.
거리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동정을 느끼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정도의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별을 통보받고 슬퍼할 한 때의 연인에게도 인간적인 슬픔을 동감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여지를 남겨 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이별은 단호해야 하며 뒤를 돌아볼 후회를 남겨서는 안 된다. 그만큼 이별을 고하기 전 충분한 생각과 고려가 필요하다. 이별을 고하게 된다면 상대방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이별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최대한 알려주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별을 고하는 쪽도 이별의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할 때가 있다. 그렇기에 이별에 대한 이유가 부정확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별을 고하는 쪽이 상대방에게 이별을 해야 하는 이유, 이별을 하고 싶게 만든 감정들을 설명해 준다면 이별을 받아들이는 쪽의 무겁게 슬퍼진 감정을 달래는데 도움될 수도 있다. 이별을 고하는 쪽에서 지켜줄 마지막 예의는 어째서 이별을 하는지에 대해 최소한이지만 조금이라도 명확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아닐까.
상대방을 납득시키기 위해 변명을 하거나 핑계를 둘러댈 필요는 없다. 그저 담담하게 함께 할 수 없는 이유와 설명과 함께 이별을 통보해 주면 된다.
한 때는 특별했던 사람에게, 이 정도의 예의는 지켜 줄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이 빠른 시일이라도 당신을 잊고 아프지 않게 도와주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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