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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Life/인문사회

007 스펙터, 20세기로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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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007은 그럴지 모르지만 나의 007은 이렇지 않아...


경고  : 내용누설


스카이폴 때 눈치 챘어야 한다. Q가 재등장하고 머니페니가 다시 책상에 앉고 M 주디 덴치가 랄프 파인즈로 대체 되었을 때 말이다. 스카이폴의 화려한 액션과 그리도 여전히 남아있던 재생산된 본드의 느낌에 속아 샘 멘데스 감독의 목표를 못 보았다. 사실 새롭게 태어난 제임스 본드에 새로운 Q와 머니페니 그리고 M의 묘사에 대한 기대도 했다. 피어스 브로스넌는 멋진 배우다. 중년미도 있고 제임스 본드에도 잘 어울렸다. 분명 멋진 제임스 본드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런 멋진 배우를, 제임스 본드에 걸 맞는 그 배우가 찍은 007시리즈는 그의 명성에도 007의 명성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제임스 본드는 스파이 물에 변화를 가져온 영화였다. 007, 제임스 본드는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 잡게 될만큼 그 어떤 무언가 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변화는 정체를 겪고 정체는 퇴색되게 마련이다. 그렇게 제임스 본드가 가진 특색들이 정체 될 시기에 피어스 프로스넌이 제임스 본드가 된 것이였다. 여튼 피어스 브로스넌이나 20세기의 본드를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엄밀히 말하면 21세기 극초반). 그 보다 주목해야 할 건 21세기에 등장한 기대라고는 하나도 받지 못 한 미운오리새끼 제임스 본드가 백조가 되어 나타난 새로운 007 시리즈 카지노 로얄이었다. 


정체에서 퇴색기를 거쳐 재탄생으로 돌아 온 제임스 본드는 사람들의 눈을 끌었다. 제이슨 본이 새로운 스파이물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던 시점이었다. 제이슨 본이 사람들의 열광을 한 몸에 받고 제임스 본드는 한 물 갔다라고 평가받게 될지도 모를 시점에 재등장한 제임스 본드에 사람들은 다시 관심 이상을 보였다. 





어설픈 특수장비나 현실감 없어 보이는 화려함의 극치를 넘어 만화 같이 달리던 액션을 넘어선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제임스 본드로 각색되어 돌아 왔다. 어떻게 하면 그런 고문을 상상해 냈을까 싶을, 남자로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의 극치를 견뎌내는 제임스 본드에 존경의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머니페니와의 유치한 농담도, Q가 던져준 레이저 시계, 터지는 연필 없이 본드는 몸 하나로 사건을 해결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진지함 속에 묻어나는 경박함이 제임스 본드의 성격이었다면 상남자임에도 우울증에 걸린 듯한 어두운 본드를 다니엘 크레이그는 완벽에 가깝게 그려냈다M이 보여준 냉철한 모습은 어떤가, 조직의 한 우두머리로서 보여주는 그녀의 차가운 매력은 그 전에 없던 M의 모습이었다. 본드도 뭐고 작전에 해가 되거나 국가에 해가 된다면 용도폐기도 서슴없이 명령한다. 새로운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와 여성 M은 충분히 매력적 그 이상 이었다. 영화이지만 그래도 그럴 싸 했다, 현실에서 있을 법도 하겠다 싶었다, 군대를 제대한 병장에게는 들을 수 없는 거짓말이지만 왠지 특수부대나 국가기밀부서에서 은퇴한 사람이나 제대한 사람이 해주는 말이었다면 과장을 감안하고라도 믿을 법한데? 라는 소리는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스카이폴에서 눈치를 챘어야 한다. 하비에르 바르뎀의 모습에 넋을 잃고 보다보니 M이 약해지는 모습, Q의 등장 그리고 M의 교체, 머니페니의 모습에서 샘 멘데스가 꾸민 계략을 눈치챘어야 한다. 그는 분명 자신이 본, 어린시절을 그와 함께 해 준 본드의 모습이 그리웠던 것이다. 스카이 폴까지는 재해석 된 본드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다 스펙터에서는 대 놓고 예전 본드를 다시 돌려 놓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니 적어도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볼만 했다. 본드가 애마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까지는 자동차에서 미사일을 쏘겠다는 의지를 보일 때 혹시나 했지만 그래도 아니겠지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날아갔다. 눈 추격 장면에서 그 무언가 할 것 같았던 덩치가 아무것도 못하고 창문 밖으로 튕겨져 나갈 때 샘 맨데스의 계획이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본드걸을 납치하는 이유도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본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본드의 모습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악당을 잡으러 가는 기차 안에서 턱시도를 입고, 본드걸은 드레스를 입는다. 작전 중에 백색의 턱시도를 챙기고는 그걸 실제로 입고 기차 식당칸에서 더티 마티니를 시키는 모습이라니 아 20세기의 본드여... 게다가 눈 밭에서 자동차 앞 유리를 머리로 깬 그 덩치가 뒤에서 나타난다. 대체 왜 총을 안 쓰는거냐...새롭게 만들어진 본드에서는 악당들이 그리 어설프지 않았다. 굳이 본드를 죽이러 왔으면 총으로 쏘면 그만인 것을 굳이 본드에게 다가가 육탄전을 펼치고 본드걸에게 총을 맞은 뒤 본드에 의해 격퇴되거나 하지 않았다. 카지노 로얄이였거나 퀀텀 오브 솔라스 였다면 스페터의 본드는 죽어도 여러번 죽었다. 화려한 격투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이해는 하겠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개연성이 있고 이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게 있다. 암살자가 총도 없고 칼도 없이 덤비는 이유는 대체 어떤 연유가 있었기에 그렇단 말이가. 총 공포증이 있는 암살자라면 할 말이 없다만...아무리 영화라지만 뻥은 정도것 쳐야 한다. 홍콩 르와르에서 총알 수는 상관도 없이 총질을 하던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떨어지는 개연성은 영화 내내 지속된다. 스펙터라는 거대 비밀조직이 움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가 없다. 그렇게 사람을 기대하게 만든 스펙터라는 비밀기관이 들어났다. M의 목숨을 노리고 사방에 존재하던 그 비밀조직의 수장도 나타난다. 하지만 스펙터라는 조직 또한 그 전과는 연계성이라고는 이름 밖에 없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유치하며 산으로 가다 못 해 능선을 타고 다른 산으로 넘어간다. 자신보다 본드를 더 사랑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 그 복수도 모자라 본드까지 죽이려 하는 스펙터의 수장이란. 아니 개인적인 아픔과 정신적 슬픔 때문에 사람이 미치거나 복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대 비밀조직을 꾸릴 정도로 냉철하고 차가운 남자가 본드만 보면 정신 못 차리고 헤매는 꼴이라니. 제발 죽일 거라면 그냥 죽여라...악당이 떠들다 주인공에게 죽는 그런 판에 박힌 일은 21세기에선 코메디 영화에서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굳이 이미 본드가 알고 있는 본부로 끌고 가면서 복면을 씌우는 이유는 뭔가... 복면을 씌운 뒤 모시고가면 본드가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고 생각할 줄 예상했단 말인가. 게다가 제임스 본드는 이쪽으로라고 매우 친절하게 안내문까지 써 놓는다. 그 길 따라 오란 소린데, 본드가 똘마니들을 처치하고 알아서 걸어 올 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모양이다. 그리고 각 방마다 붙여 논 사진들은 뭔가, 다니엘 크레이그 계약이 끝났으니 영화 속에서 죽어 간 사람들을 함께 기리자는 뜻인가, 악당 얼굴부터 본드의 주변인물들까지 전부 붙인 이유는 대체 어디서 온 생각인가. 그리고 그걸 누가 붙인 거란 말인가. 악당대장이 악당인턴이라도 불러 각 방마다 사진이라도 붙여놓라고 한 것도 아닐테고 말이다. 그리고 굳이 죽일 거였으면 그냥 죽이면 될 것이지 굳이 빌딩에 폭탄을 설치하고 여자주인공이 있으니 구하다 죽으라고 하다니. 관객모독이란 이럴 때 쓰는게 아닐까 한다. 이즘 되면 누군가가 본드걸이 죽고 본드만 살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란 말인다.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걸이 죽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 모든게 예측가능한 본드를 다시 살려 낸 샘 멘스! 감독이다..



여주인공은 어떤가. 만난지 이틀만에 본드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물론 본드의 매력이야 누구나 알지만 사랑이라니..그래 사랑까지도 이해하겠다. 그래 이해한다 근데 갑자기 떠난다고 한다, 본드를 사랑하지만 그와의 미래는 자신이 없다는 말을 한다. 누가봐도 그런 말하고 떠나면 납치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 할까. 이즘되면 "예상하고 있지?" 라고 감독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감독의 친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누가봐도 납치 될 것 같은 모습도 장면도 친절히 찍어 넣어 두었다. 본드 영화를 보며 본드걸에서 큰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는가. 


클리셰로 점철 된 20세기 제임스 본드를, 틀에 박힌 그 본드가 감독은 그리웠던 것 이다. 사람마다 최고의 본드, 최고의 007영화, 최악의 본드와 영화는 다르다. 각자 사람마다 선호하는 본드가 있고 최고로 치는 영화가 있을 것이다. 이 007 스펙터가 최악 중에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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