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조선초를 그린 드라마 정도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 역을 맡았던 유동근이 이성계로 세종 역을 맡았던 안재모가 이방원 역으로 분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를 다루는 드라마 정도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씨 왕조를 세운 이성계와 이방원의 시점보다는 이성계의 뒤에서 실제로 조선을 세웠다고 알려진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정도전의 시점으로 진행이 된다.
드라마는 실제에 가깝게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 고려 말, 원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난 고려는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불안한 나라였다. 나라의 주인이라 불렸던 왕들은 국가가 제 구실을 하게 만드는 것에 실패했고, 지배층인 권문세가들은 국가의 법을 통해 백성들의 고혈을 짜먹고 있었다. 국력이 약해진 틈을 타 홍건적이 개성까지 쳐들어 왔고, 왜구들이 함경도까지 쳐들어 오고 개경까지 함락하려 했던 시기가 고려 말이다. 그런 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정도전이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고려를 없애고 백성이 기본이 되는 민본사상을 근간으로 한 나라를 세우는 것이라 믿었던 사람이 정도전이다. 실제로 정도전이 원하고 바라던대로 고려는 무너졌고 새로운 나라 조선이 이 땅에 들어서게 된다. 왕이나 지배층이 주인이 되어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나라가 아닌 백성이 근본이 되는, 백성이 있기에 나라가 존재한다는 사상이 정치에 깃든 나라 조선이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선이 들어서고 200년 뒤, 정도전이 꿈꿨던 조선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또 다시 고려와 같은 일을 반복하는 조선이 있게 된다. 백성을 아끼고 보살피고 지켜준다 말하던 왕들과 지배층이었던 정치가들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수도 한성을 버리고 줄행랑을 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을 친다는 명분으로 조선에 상륙했을 때 조선은 방어에서 실패했고 왜군은 파죽지세로 조선을 유린해 나갔다. 그 동안 자신들이 농사를 짓고 경작해서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바친 곡물들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것에 쓰인 것이 아닌 지배층들의 뱃속으로 들어 갔기에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왜군의 침입 그리고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을 백성들 보다 빠르게 접 할 수 있었던 지배층들은 한성과 백성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한성을 탈출한다.
그 동안 지배자로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백성들에게 유학을 가르치고, 백성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다며 국가의 율을 강요하고 강제하던 정치가들이 남겨진 백성들은 나 몰라라하며 자신이 먼저 살겠다고 줄행랑을 친 것이다. 심지어 왕은 조선을 버리고 명나라라로 망명까지 하려고 한다. 명의 거절로 망명은 할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화가난 백성들이 왕족들이 머물던 궁을 불살라 버렸을 정도라고 하니 백성들이 느낀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이 바친 세금과 충성의 댓가로 돌아온 건 조선천하를 떵떵거리며 자신들 위에 군림하며 강한 척하던 높은 분들의 무능력과 배반이었다. 백성들을 삶과 배고픔을 초례한 자들임과 동시에 백성의 안위를 명분 삼아 정치 싸움을 일삼던 그들이 갑작스러운 왜군의 침입에 제대로 대처조차 하지 못 하고 달아나는 꼴이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지 상상이 간다. 물론 이씨 왕가도 지배층들도 그저 손을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명에 지원군을 요청하고 광해군은 전란을 수습하고 의병을 모아 실제 전투에 참여하여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자체를 빠르게 종식시키지 못 했고 전쟁 초기 보여준 그들의 나약함,무능력,그리고 책임감 없는 행동을 덮기에는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전쟁이 끝난 뒤 유린된 조선 땅에서 다시금 피어난 것은 희망이 아닌 선조와 지배층들의 똑같은 짓의 반복이었다.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을 위해 민생을 안정시킬 수 있는 힘이 없었음에도 또 다시 지배층으로 눌러 앉아 그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백성을 근간으로 하는 나라에서 백성이 얼만큼이 죽어나가던 어떤 삶을 살던 중요하지 않은 지배층들의 기반이 약해진 권력을 유지하하고 강화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높은 분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믿음이 깨지고 나라의 한계에 느낀 좌절감은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고통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조선이라는 나라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지 않는다. 전쟁 이 후 300년을 더 존속하게 되는 것이 조선인데, 조선은 임진왜란 이 후에도 변하지 못 하고 약 300년 뒤 고려의 백성들이 겪었던 일을 조선 백성이 똑같이 겪게 만든다. 더 처참한 역사적 사실은 고려가 같은 나라 사람들에 의해 사라졌다면 조선은 조선을 침략한 전적이 있던 왜에게 나라를 예전처럼 지키지도 못 하고 완전히 내어주게 된다는 것이다. 백성을 하늘처럼 생각하고 그들이 굶주리지 않는 나라, 정도전이 꿈꿔왔던 이상적인 나라는 결국 희망으로만 끝이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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