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꼽아 기다리던 영화 중 하나인 루시가 개봉했다. 최근 영화 '레옹'을 다시 본지라 뤽 베송 감독의 신작인 루시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마틸다가 가족들이 살해된 자신의 집 앞 문을 지나 레옹의 문을 두드리고 문이 열리며 광명이라도 비추듯 마틸다의 얼굴로 빛이 쏟아지는 장면을 보며 다시 보며, 음, 뭐랄까, 요새 유행하는 말로 소름이 돋았다고 할까. 안 그래도 루시를 기대하고 있던 와중에 레옹까지 다시 봐 버렸으니 뤽 베송 감독의 신작에 대한 기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어디 이뿐인가 한국 배우인 최민식씨도 등장을 하지 않는가. 스칼렛 요한슨과 모건 프리먼에 최민식 아저씨라니 기대를 안 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인생의 재미는 반전에 있는 법. 개인적으로 영화 그 자체만으로는 재미를 크게 느낄 수는 없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재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니 이쯤에서 영화평은 접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영화 루시의 예고편만 본다면 현시대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액션 영화 즘으로 보인다. 자신의 뇌를 100%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여자와 그 뒤를 쫓는 한국의 조직깡패들, 그리고 뇌 연구에 일생을 바쳐온 과학자까지. 공상과학 액션 블록버스터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구성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감독의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 블록버스터를 가장한 철학영화의 느낌이랄까. 영화의 중간중간에 사냥을 하는 야수와 뒤를 쫓기는 초식동물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교차해 가며 보여준다. 인간과 동물들의 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암시를 주는 듯한 느낌이다. 쫓고 쫓기는 관계가 반전이 되어 쫓기던 루시가 다시 미스터 강을 쫓는다. 초식동물이 육식이 되어 다른 육식동물과 다시금 쫓고 쫓기는 관계가 된다. 사람이 사는게 동물들이 살고 있는 삶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걸까.
뜬금없는 동물의 왕국식 교차영상을 지나고 루시의 뇌의 사용량이 100%에 향하면 향 할 수록 영화는 슬슬 철학적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현재까지 주인공 루시는 밝혀진 최초의 인간 루시까지의 시간 여행을 하는 장면들을 통해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이 걸어 온 결국 사라지고 없어지고 새로운 다른 것들을 건설하며 변화된 길을 지나 결국 태초의 인간이 있던 곳에서 멈춘다. 현생 인류와 태초의 유인원이 만나는 장면이다. 이 부분 또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감독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철학적 주제들을 액션영화를 가장한 자신의 영화 이곳 저곳에 끼어 넣는다. 마약을 운반하는 역할을 강제적으로 맡게 된 루시와 마약을 파는 미스터 강에 대한 영화에서 세포는 어떻게 생성되며, 목적이 무엇인지로 주제가 넘어가고 뇌과학자의 입을 빌어 세포에 관해 친절히 설명하기 시작한다. 뜬금없이 보이지만 사실 이 부분이 영화의 주요주제로 넘어가는 주요 장면이며 중요한 대사였다. 세포는 환경에 따라 영생을 할 것인지 재생산을 할 것인지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마약을 강제로 운반하게 된 루시와 그 뒤를 쫓는 미스터 강의 관계도 쾌락을 쫓는 인간과 쾌락을 받아들이고 초월한 사람이라는 시각으로 바라 볼 수도 있겠다.
뤽 베송이 이 영화를 통해 말 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 아닐까 한다. 결국 인간도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유기체에 불과하다. 유기체로 이루어진 식물이나 동물 그리고 인간등은 반복적인 확대 재생산의 목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태어나는 것도 우리의 의지가 아니고 죽는 것도 우리의 의지가 아닌 세포의 생명력과 의지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태어났고 무엇때문에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깨우치거나 발견한 사람은 없지만, 적어도 과학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인류는 그저 세포 덩어리로서 지구상에 머물며 재생산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이즘되면 사람이 탄생도 의미가 없고 죽음에도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저 태어났으니 재생산을 하고 사라지는 세포라는 주제에서 그친다면 액션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의 실망감이 두 세배는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한다.
영화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재생산을 통해 세포가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은 다음 세대로의 전달인 듯 하다. 우리가 일구어낸 삶과 지식 그리고 지혜, 그리고 궁극적인 삶의 지향점등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세포 그 자체만으로도 유전적인 요소들이 전달이 되겠지만, 인간이 가진 지식과 그리고 기타 정보들은 기록되고 전달이 되어야만 한다. 인간이 왜 태어났고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모른다는 것에서 영화가 끝이라면 인간이 지금까지 일구어낸 문명도 필요가치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영화를 볼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문명따위가 필요가 없는데 사색 필요성도 없어지고 인생과 삶 그리고 사회에 대한 고찰도 무의미 해지는데 말이다.
문명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고대문명에서 현대문명까지 수 없이 많은 문명들이 존재했었고 꾸준히 변해 왔다. 하지만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들 뿐이다. 문명은 긴시간동안 축척된 지식과 기술로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인간의 모습과 행동 그리고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것이 시사하는 점이 인간의 목적은 인간 자체의 발전이 아닌 문명의 발전이 되는 것일까? 그저 확대 재생산을 통해 인간의 개체수를 유지하고 명맥을 유지하는, 세포가 원하는 삶을 생각없이 사는 것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전부일까? 문명을 발전시킨 인간들의 노력과 지식이 전혀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전례가 없는 문명에 충분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백년전 사람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장담 할 수 있을까? 수 억년전 털복숭이의 몸으로 포식자를 피하고 생존을 위해 먹이만을 찾던 유인원에서 진정한 인간으로 발전했다고 생각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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