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동생이 술자리에서 한 말이다. "누나랑 연애해 보고 싶어요." 누님과의 연애가 전무했고, 누님과의 연애가 점점 쉽지 않아지는 나이였지만, 이 동생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 친구는 여자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연애를 짧게 한 친구도 아니였다. 30을 바라보는 나이에 연애도 짧지 않은 시간을 해 온 이 친구는 아마도 지금까지의 연애에 지쳐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여자친구를 챙겨주고, 보살펴주고, 더 많이 신경써줘야 하는 위치에서 연애를 오래하다 보니 자신을 이해해주고, 자신이 기댈 수 있게 해줄 만한 연상과의 연애가 궁금해진듯 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남녀평등이 상향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자들은 연애에 있어서, 결혼에 있어서 많은 부담(아버지 세대에 비해 더 심할수도 있다)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남자로서, 남자친구로서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자신의 여자를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에 버거워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직장을 다니는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꼭 여자친구가 다니는 직장은 회식도 많이 없고, 회식이 많더라도 여자인 입장에서 회식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어느 회사를 가던, 야근과 회식은 선택이 아닌 업무의 연장이고 필수인 곳이 여전히 많다. 일만으로도 피곤한 상황에서 야근과 회식을 연장해야 하는 남자들 중 회식으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특히 젊은 세대의 남자들은 회식문화와 야근문화에 질려 회사생활을 아예 접거나 적은 연봉을 받더라도 자신의 생활을 더 중요시 생각하고 본인의 삶에 더욱 큰 무게를 두어 이직을 선택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었던, 그리고 지금은 다음 세대에 넘겨주고 있는 회식문화에 대해 그리 열광하지 않는다는 것은 굳이 통계를 따지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여전히 회사에 남기로 한 남자들은 야근과 회식이라는 업무의 연장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10시 12시까지 야근을 달리고 바로 이어 과장님과 부장님과의 화려한 밤생활이 시작이 되는 것이다. 이때, 이 선택이 아닌 필수의 회식을 가는 것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는 남자들이 있다. 애인이 있거나 결혼을 한 유부남들이다. 몇 몇 남자들은 이런 회식문화를 즐기기도 한다.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온 갖 핑계를 대고 어떻게든 회식자리에 끝까지 남으려는 남자들도 있다. 그렇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자들 중에서 이런 남자들은 얼마 없지 않을까 한다. 밤 늦게까지 일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 출근시간 정시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식문화에 열광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 남자들이 몇이나 될까. 기성세대와 최근의 사회초년생들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산이 2-3번은 변했음에도 20년 30년전의 술문화 회사문화를 지키는 회사들이 여전히 있고, 그 안에는 이를 이해 못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싫은 내색 못하는 사회초년생들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야기의 중점은, 자신이 가고 싶지도 않은 회식 때문에 여자친구의 눈치를 봐야 되고, 여자친구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며, 죄짓는 기분으로 회식에 참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이해를 구해보지만 하루이틀이지, 여자친구는 회식이 놀기위한 구실일 뿐이라며 핀잔만을 줄 뿐이다. 이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여자 쪽에서나 남자 쪽에서 참아온 감정의 화산이 폭발하기도 한다. 폭발한 화산은 다시금 운이 좋으면 금방 휴지기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여전히 흘러내린 용암은 앙금으로 남아 양쪽의 가슴에 남게 된다. 앙금이 얼만큼 빨리 쌓이고 그 양이 얼만큼 되느냐에 따라 둘의 연애의 결론이 결정되기도 한다.
남자들이 연상의 누님과 연애를 하고 싶다고 밝히는 이유는 이런 회사생활을 이해해주고, 주말이 되어도 어디에 놀러가지 않는다며 칭얼대지 않는 여자친구를 찾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 날 수 없는 처지이기에 회사생활을 해야되고, 회사생활이 곧 사회생활이기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남자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해 줄 만한 여자친구 말이다. 피곤에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와 30분 동안 사랑의 속삭임을 나누지 못 해도 변했다고 말하기 보다는 오늘도 고생했다고 편하게 푹자라고 말 해줄 연상의 누님을 바라는 마음인 듯 하다. 친구들은 이번 주말에 어디로 놀러갔다거나, 이번 연휴에 해외로 남자친구와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로 자신의 능력에 대해 심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대화보다는, 연휴 임에도 쉬지 못 하고 출근하는 자신에게 힘내라고, 다음 기회에는 꼭 같이 휴가를 맞춰 보자는 이야기를 해줄 만한 누님들이 있다는 막연한 환상같은게 아닐까 한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자신이 부족하더라도 아껴 줄 사람은 남자도 여자도 모두 원하는 인간상이지 싶다.
연상의 누님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해 준다거나 연하의 여인이 이해심이 적으라는 법도 없다, 동갑인 친구와 연애를 한다고 해서 매일 같이 싸우며 연애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남자가 연상의 누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이유들이 있기에 그런게 아닐까 한다. 시간이 지나, 친구같은 연인이 되었어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CF 같은 연애에 대한 환상. 서로의 삶 속에서 자신을 투영하고 그 속에서 상대방을 발견하여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공감대를 가진, 편치 않은 상황에서도, 완벽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서로를 원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똑같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애인에 대한 환상 말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듯 남자들도 여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여자와 남자가 바라는 자신의 애인상은 그리 다르지 않을 듯 하다.
시간이 지나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진 순간이 왔음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모습, 처음과 같이 열정이 넘치고 눈에는 사랑이 넘치는 모습을 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누가 삶에 치어,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뜨거웠던 사랑이 냉장고 속 맥주캔마냥 싸늘이 식어가는 걸 누가 바라고 염원 한단 말인다. 하지만 충분함 이상으로 차가워진 맥주만큼 시원한 것도 없고, 그 시원한 맥주가 몸을 덮혀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오늘 마시지 못 했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도 없고, 내일 마시지 못 한다고 해서, 울 이유도 없다. 매일같이 마시는 술은 습관이거나 억지로 마실 뿐이지, 술을 음미하기 위함은 아니지 않을까. 시간을 두고 마시는 맥주 한 캔이 가져다는 행복이 매일같이 마시는 맥주에 비해 주는 행복이 더욱 크다면, 더 큰 행복을 위해, 굳센 마음으로, 참아야 할 때도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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