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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Life/인문사회

(영배연) 이터널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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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영화만큼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웃기는 영화도 없는 것 같다. 공포 영화처럼 혼자 보며 무서워 하지 않아도 되고, 다큐멘터리 처럼 무거운 기분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 블록버스터 급의 볼거리는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며 생각하게 만드는 로맨스 영화들. 로맨스 영화를 시청각교재 삼아 연애를 한 번 배워 보도록 하자. 영화로 배우는 연애 그 1탄 이터널 선샤인 이다. 




영화의 스포일이 잔뜩 들어가니 이점 주의하고 읽어 주시길. 영화의 내용은 간략하다. 영화의 기본 내용은 간단하다 잦은 싸움에 서로에 질려 헤어진 커플에 관한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색다른 점은 자신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그래서 정말 기억을 지우고 나면? 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짐 캐리는 자기만 알고 독선적인 여자친구 케이트 윈슬렛을 찾아 간다. 하지만 케이트 윈슬렛은 그를 기억하지 못 한다. 짐 케리는 케이트 윈슬렛이 너무 화가나서 일부러 모른 척을 한다고 생각 했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기에 케이트 윈슬렛의 모습은 정말 자신을 기억하지 못 하는 것처럼 보인다. 후에 자신의 친한 친구들로부터 그녀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워 버렸다는 것을 알게되고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그도 케이트 윈슬렛과 같이 그 둘의 기억을 모두 지워 버리기로 결심한다. 


영화가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나면 뭐 아주 간단하다. 헤어진 사람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워 버릴 수 있다면 가슴 아파 할 필요도 없고 우리나라 소주 산업에 이바지 할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영화의 시작은 그 후 또한 이야기 해 준다. 짐 케리도 기억을 지우고 난 뒤의 이야기를 말이다. 케이트 윈슬렛도 짐 케리도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웠다. 하지만 우연하게 그 둘은 그 둘이 처음 만나게 된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생판 모르는 사람으로. 





짐 케리가 자신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정하고 기억을 지우는 전문가들이 찾아와 그의 기억을 하나 하나씩 지워 나가면서 예전 케이트 윈슬렛과의 추억, 그가 가지고 있던 기억들을 다시 조명해 준다. 그 둘이 어떻게 만났으며 어떤 식으로 사랑을 했으며 어쩌다가 서로를 미워하게 되었는지를. 어느 연인처럼 서로 다른 모습에 빠져 호감을 느끼고 그 호감이 사랑이 되고 사랑이 미움이 되는 보통 사람들의 연애를 하나씩 보여주며 영화는 그 둘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름다운 추억부터 추악한 기억까지 지워 나간 짐 케리. 





그 후, 회사를 무단 결근하고 아침부터 바다로 떠나 버린다. 그곳에서 다시 만난 케이트 윈슬렛. 당연히 그 둘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 한다. 하지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둘은 다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 둘이 처음 만났던 그 장소에서 재회하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 두 사람. 그렇게 미워하고 서로의 나쁜 점만을 비난하고 힐난했던 두 사람은 전혀 기억하지 못 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사랑도 온전히 순수하게 처음처럼 지속 될 수 없다는 것을. 설레임에 빠진 18세 소녀도 사랑의 행복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지레 겁먹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가진 그 짧은 유통기한을.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이런게 아닐까 한다. 서로의 기억을 지우고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서로 사랑했던 감정을 다시 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기에 사랑의 끝에 있는 것은 설레임 가득한 핑크빛 엔딩이 아닌 결국 사람과 사람,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는 마음. 


설레임이라는 감정은 사그라 든다 해서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사그라 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연인이 느낄 수 있는 권태, 미움 등이 비롯 되는 것은 감정이 아닌 머리에서 시작이 된다. 머리로 누군가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머리로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아닌가 한다. 상대방을 평가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으로 부터 얻지 못 할 때 얻는 괴로움이 커져 마음까지 침범하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미움으로 덮어 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만약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관계가 좋지 않거나 밑도 끝도 없이 미워보이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서 안 좋은 기억, 상대방의 나쁜점만을 지울 수 있다면 다시 상대방을 처음처럼 사랑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현실세계에서 아직은 기억을 지울 수 없다는게 문제고, 기억조차 하기 싫은 추억이라 할 지라도 그 사람과의 추억을 쉽사리 지우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 얼음판 위에 함께 누워 미래를 이야기 하고, 사랑을 이야기 하고, 상대방과 행복해 하는 것. 분명 살얼음판이 깨질 것을 알면서도 그 위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면서 서로의 손을 붙잡고 함께 누워 있는 연애, 혹시 우리는 그런 연애를 반복하고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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