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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Life/음식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남가네 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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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국민 간식거리인 찐빵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토요일 오후 군것질이 생각날 때마다 가는 ‘남가네 찐빵’집을 방문했다. 안양시 공설운동장 옆에 위치한 남가네 찐빵은 12년 동안 한 자리에서 찐빵만을 고집하며 만들어 오고 있다. 가게문 밖의 솥에서 나는 찐빵 찌는 냄새는 관악산 등산로를 올라가는 등산객부터 동네 주민들까지 모든 이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방금 쪄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찐빵을 호호 불면서 입에 한웅큼 베어물었다. 막걸리 반죽에서 나는 특유의 시큼한 냄새는 전혀 나지 않고 구수한 팥냄새만 입안에 가득 돈다.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유명제과회사 찐빵(일명 호빵)의 단팥에서 나는 진한 설탕맛이 느껴지지 않아 맛이 더욱 좋다. 설탕을 적당히 넣어 팥 고유의 맛을 살려주면서 많이 먹어도 물리지가 않는 맛이다. 가끔 입안에서 터지는 통팥을 깨무는 재미가 쏠쏠함은 덤이다.   



막걸리로 반죽한 찐빵은 매우 쫄깃하다. 밀가루가 이렇게 쫄깃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할 다름이다. 식어서도 쫄깃한 식감을 유지하는 맛의 비결을 사장님께 여쭈니 손으로 직접 반죽한 것이 비결이라고 살짝 귀띰해 주신다. 사장님은 퇴근하시면서 내일 사용할 반죽을 준비하신다. 된장 고추장을 아랫목에서 숙성시키는 것처럼 찐빵반죽을 8시간 따뜻한 곳에서 숙성시켜야 쫄깃함이 식어서도 계속 유지된다고 하신다. 한 개의 찐빵을 만들기 위해 8시간 숙성과정을 거치고 팥소를 넣어 30분간 솥에서 쪄낸다. 찐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으니 하나하나가 모두 정성이고 과학이다. 


 



주문량이 많아져도 사장님께서 감당하실 수 있는 주문량만 받으신다고 하신다. 그 이유를 여쭈니 국산팥을 사용하여 팥을 직접 삶아 찐빵 속을 만드시기 때문에 너무 많은 주문량을 감당하기 힘드시다고 하신다. 하루준비량을 다 팔면 영업시간이 끝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방문하면 찐빵을 맛볼 수 있다. 매주 일요일 휴일이고 7,8월 한여름에도 잠시 영업을 쉰다고 하신다. 전화주문으로 택배로 집에서 간편하게 받아 볼 수도 있다. 맛 만큼 가격도 매우 착하다 3개에 2000원, 12개에 7000원이다. 


   



저녁에 다 식어버린 찐빵을 먹으려니 딱딱해져 먹기가 힘들다. 삼발이에 올려서 한 김을 쏘이고 먹으니 막 쪄서 몰랑몰랑 하던 찐빵으로 다시 돌아온다. 점심에도 진빵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는데 저녁도 찐빵으로 먹을 수 있는 나의 입맛에 모두 경악한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게 이 찐빵은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잘 안되는 편인데 남가네 찐빵은 속이 불편 해지는 그런 불편함 또한 없다.  찐빵이 생각나는 계절이 돌아 오고 있다. 



                                                                      푸드칼럼니스트 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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