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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Life/웹소설

새로운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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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으로 한강 줄지어 달리는 자동차들의 불빛이 늘어져 있었다. 한강 넘어 거대한 위용을 내뿜는 건물들도 불빛을 내며 서울의 밤을 밝히고 있었다.

나는 얼음으로 차갑게 식은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시가를 한 모금 연이어 빨아들였다. 폐를 지나 돌아온 연기가 창에 부딪히며 퍼져나갔다. 탁상 위의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자정이다. 거진 반 병에 가까운 위스키를 이미 두 시간을 넘게 마시고 있었다. 위스키가 혈관을 타고 머리를 적시는게 느껴졌다.

국방부 사무실에서 돌아 온 뒤부터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있다. 이전 임무와는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이번 임무는 지구가 아니라는 점만이 달랐다.

화성…”

화성에 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차마 하지 못 했다. 화성에서 임무를 수행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점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 임무에는 선택권이 주어졌었다. 첫 임무부터 마지막 임무까지 내 의사를 물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 번 임무 만큼은 자신들도 쉽사리 강요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침대에 옆에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 , 작은아들 그리고 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화목한 가정의 표본 같았다.

내 짧고 단정하게 자른 머리, 어색하지만 환하게 웃으려 노력하는 웃음, 갈색머리에 끝이 굵게 말린 머리를 한 아내는 하얀 이를 들어내고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아이들은 사진사의 농담에 깔깔 거리며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나는 술잔을 내려놓고 사진을 들어 다시금 쳐다 보았다. 다시 돌아갈 수도 돌아오지도 않을 시절임에 가슴이 저려왔다. 전화기를 들어 아내에게 이름을 찾았다. 아내에게 통화를 걸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차마 아내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마지막 통화에서도 친절과 다정함을 억지로 담으려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통화를 그리 길게 할 수 없었다. 아내의 탓만은 아니었다. 나 또한 그 짧은 통화시간에도 할 말을 찾지 못 하고 대부분을 침묵으로 아내의 말에 대답 했을 뿐이었다.

아내에게 화성으로 임무를 떠난다고 알린 들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떠나간 아들과 깊은 잠에 빠진 딸 생각에 가슴에 답답해왔다. 눈물이라도 흘리면 괜찮을 것 같았지만 내 눈에서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술에 절어 공허해 진 눈빛만이 사진을 응시했다.

침대에 걸 터 앉아 술잔을 다시 들었다. 임무는 내일 모레니 오늘이 마지막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이다. 이 어두컴컴한 방에서 며칠 째 술을 마셨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번 임무가 아니었다면 며칠 몇 주를 이렇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임무를 하달한 중장은 이번 임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살아 돌아온다면 제대를 염두해 두라고 전했다. 살아 돌아온다 할 지라도 더 이상 나에게 임무는 하달될 것 같지 않았다.

중장에게 화성에서의 임무라는 소리를 듣고, 중장이 선택권을 주었을 때도 사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저 이전과 같이 기계처럼 하겠다는 명령에는 복종했을 뿐이다. 그게 어디든 상관 없었다. 화성이라 할지라도 크게 변할 것도 없었다. 생존은 내 임무에서 언제나 두 번째로 중요해왔다.

입에 댄 잔을 위로 올렸다. 이미 바닥이 말라 한 방울의 위스키도 떨어지지 않았다. 병을 들어 한 모금 다시 들이켰다. 특유의 위스키 냄새가 입과 목을 타고 뜨겁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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