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취미로 시작한 번역이 어느 새 반을 넘어 90 장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고로 이 번 달안에 번역만이라도 끝내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연애관련 글은 쓰지도 못(안)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번역을 마치고 오타와 어색한 문장을 고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거의 집착에 가까운 수준으로 붙잡고 있는 듯 합니다. 정말 오랜만의 상담 글 포스팅 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우선 말씀 드리자면, 마음에 품은 여자의 친구가 되느니 차라리 연을 끊고 사는게 편하지 않나 싶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옆에서 고통을 받는 것과 차라리 안 보고 고통을 받는 거나 고통을 받는 것 똑같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고통을 받을 것이라면 그녀를 안 보고 사는게 차라리 마음도 편하고 인생도 편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 집니다. 물론 안 그럴때도 많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하고 흥행대패를 기록한 '비치'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무인도에서 여행객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는데, 한 남자가 상어에 물리게 됩니다. 당연히 마을에는 의사도 약도, 남자를 고칠 무엇도 없었습니다. 남자의 병이 깊어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우울해자, 이 무리의 우두머리는 남자를 마을에서 떨어진 한 적한 장소에 버려 버립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머릿속에서도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연을 주신 K군은 이 분과 어떻게 하면 친구상태를 벗어 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하셨으니 이에 대해 제 의견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K군이 기억했으면 하는 것은 친구가 되어 옆에서 위성으로서 맴도느니 차라리 연을 끊는 다는 마음가짐 입니다. 친구로 선을 이미 그은 상대와 연인이 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노래에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고백을 했더니 평생친구가 생겼어' 라는. 이미 K군은 고백을 했고 상대방은 K군의 이마에 친구라는 딱지를 붙여 버렸습니다. 애초에 K군을 남자로 보고 애뜻한 마음이 있었다면 친구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을 거라 봅니다. 뭐랄까요 이미 이마에는 선명하게 '친구'라는 낙인이 찍힌, 착한 오빠, 아는 오빠, 그냥 아는 오빠로 그녀의 마음 속에 저장이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낙인 벗어내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녀라는 지구의 궤도를 맴도는 위성이 되어 버린 겁니다. 그렇게 궤도 밖으로 튕겨져 나가서는 언제나 그녀의 주변을 맴돌고, 궤도 속으로는 들어갈 생각도 못 하다가, 어느 순간 동력이 떨어지게 되면... 음... 너무 부정적으로 시작을 하는것 같습니다만, 그저 상황이 그렇다는 거니 너무 마음쓰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K군이 뭐가 못나서도 아니고 어딘가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그저 그녀의 상황이, 그녀의 취향이, 그녀의 눈이 K군을 남자로 인식하지 못 하는 것이니 낙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원빈도, 장동건도 남자로 안 보이는 여자도 있을 겁니다. 취향의 차이 입니다. 그녀의 주변에서 머무르는 것이 좋고 만나는 것이 좋고 함께 하는 것이 좋으시다면 지금 상황 꾸준히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매일 보다보면 정드는 게 사람이고 정들면 마음 생기는게 사람 입니다. 매일 보고 같이 있는 시간 늘리고 함께 하는 시간 많으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다만, 확실한 선을 그어야 하실게, 절대 연애상담 해 주시면 안 됩니다. 선은 확실히 그어야 합니다.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말에, 축하해, 잘 해봐, 힘들면 이야기해 상담해 줄게, 이런 착한 남자, 착한 오빠 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만약 그녀가 이런 이야기 꺼내면, 딱 잘라서 너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고 함께 있는 것도 좋으나 그것만은 못 하겠다고 딱 잘라 말 하십시오. '이러면 부담스러워서 나 오빠 못 만나' 라는 대사가 나오면, 연을 끊을 때가 온 겁니다. 그러면 그녀를 못 보지 않나요? 연락도 못 하지 않나요? 어차피 다른 남자 생기면 만날 기회도 줄고 연락 횟수도 자연스레 줄 겁니다. 만약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그 남자친구가 조금 보수적이라도 하면 단 칼에 잘려 나갈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K군의 상태는 궤도 밖에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조금더 유지 되느냐 아니면 우주의 먼지로서 사라지느냐의 차이 입니다.
단 칼에 연락을 받는 일, 부르면 만사를 재쳐두고 뛰어 나가는 일도 자제하시길 바랍니다. 여자들은 자신이 그 남자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 남자가 계속해서 자신을 좋아해 주기를 바랄 때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여자가 아니더라도 사람으로서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는 감정은 의외로 중독성이 강합니다. 그리고 편하지요, 나는 감정을 주지 않아 편하지만 그 사람의 좋은 감정만 받게되니 불편할게 없습니다. 그리고 희소성의 원칙 입니다. 희소성이 없는 것은 가치가 없습니다. 모나미 볼펜이 전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모나미 볼페을 고가의 만년필 보다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고가의 만년필이나 모나미 볼펜이나 글을 쓰면 결과물은 비슷함에도 말입니다. 아주 가끔은 바쁜 티도 내시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다면 좋지 않은 기분을 내색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저 좋은 모습만,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 준다고 해서 만사형통이 아닙니다. 90%의 긍정이라면 10%의 부정적인 면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더 편하게 대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옆에 있으면 부서질까, 날아갈까, 도망갈까, 누가 훔쳐갈까, 안절부절 못 할 수도 있습니다만, 최대한 마음의 평정을 찾으시고 평소의 모습, 진짜 편한 친구를 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끔은 주변에 있는 여자 분 이야기도 하십시요. 경쟁이라는 것은 육체적으로만 하는게 아닙니다, 정신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하게 되 있습니다. 이 남자는 내 옆에만 있어, 이 남자는 다른 여자는 만나지도 못 해라는 인상은 좋지 않습니다. 이미 이전 글에도 썼지만, 바람둥이들이 더 많은 여자를 만나는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이미 다른 여자들로 부터 증명을 받았기 때문 입니다. 다른 여자들이 만나는 남자, 다른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 분명 무언가 있고, 이미 남자로서 증명이 되어 있다는 증거 입니다. 만약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다른 남자에 대해 말 한다면 K군도 K군의 주변 여자 분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겉모습 만으로도 주변에 여자가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면 그럴 필요 없지만, 혹여 그렇지 않다면 직접 말로 꺼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편한친구처럼, 아끼는 동생처럼 대해 주십시요. 자주 만나면서 서로의 벽도 허물고 술도 한 잔하면서 속 깊은 이야기도 하면 좋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부담스럽지 않은 스킨쉽이 동반이 되면 좋습니다. 자연스레 친구사이에서 허락하는 스킨쉽에 대해 인터넷을 찾아 보시면 정보가 있을 듯 합니다. 가령 가장 쉬운 방법은, 손금입니다. 손금.
이전에 그녀와 했던, 함께 했던, 일들 대화들 모두 잊으시길 바랍니다. K군과 그녀의 관계는 K군의 고백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데 지금은 고배 이후이고, 두 사람의 관계는 친구 입니다. 고백을 하지 않았다면 네거 아닌 내거 아닌 관계로서 한 평생을 갈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나는 네거 아니고 너도 내거 아니다 라는 관계 입니다. 그럼에도, 연인같이 데이트를 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단지, 감정교류와 스킨쉽만 배제 되었을 뿐..(제일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그렇다면, 지금 상태에서 자연스러운 스킨쉽만 성공이 가능하다면 다음 단계는 감정교류만이 남게 되겠군요. 스킨쉽이 감정을 싹 트게 할 까?, 감정이 싹 터야 스킨쉽이 가능 할 까? 음.. 글쎄요. 둘다 맞다고 봅니다. 갑작스레 손을 덮썩 잡는다거나, 진지하게 포옹을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친한 오빠와 친한 동생, 사람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스킨쉽을 뜻 합니다. 물론 쉽지 않지요. 하지만 스킨쉽의 범위는 넓습니다, 눈에 붙은 속눈썹을 때어 주는 일도 스킨쉽이고,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는 것도 스킨쉽 입니다. 함께 무엇을 구경하다 어깨를 부딪히거나 팔을 부딪히는 것도 스킨쉽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 중요한 점은, 스킨쉽이 중요하다가 아닌 그녀를 편하게 볼 수 있는 마음가짐 입니다.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평소의 본인 모습도 보여주고 자연스레 대해 주고, 여유로운 모습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여유로운 남자만큼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방법이 지금 K군의 상황을 해결하고 위성 K를 지구르 들어 올 수 있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평생친구로 지낸다는 건 불가능하고, 지금의 관계가 길게 이어지느냐 짧게 끝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기에, 시도라도 해 보시면 어떨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감정병이라는거, 저는 들어 본 적도 없고, 의사도 아니고, 그 여자분을 직접 본 적이 없기에 무어라 딱 집어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녀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상태라면,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깨끗하게 치유될 병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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