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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Life/인문사회

친일파 : 그 인간과 논리 - 서평 mohalk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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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생긴 이래 넘치는 정보에 중독이 되가는 건 아닌가 싶다가도 차고 넘치는 정보 속에 모르고 지내던 부분을 알게 됌에 즐거울 때도 있다. 뭐랄까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기만 할 뿐 실질적으로는 어디에도 가고 있지 못 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갈 곳도 많다는 느낌이랄까. 최근 보게 된 뉴스타파의 다큐멘터리가 후자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친일파 연구에 자신의 한 평생을 바친 임종국이란 분의 다큐멘터리였다. 친일파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거나 조금 더 파고들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사실 없었다 다만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자란지라 막연하게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단어에서 오는 막연한 불편함과 그 불편함으로 향하는 무의식적인 적개심과 같은 느낌만 있었던 것 같다. 뉴스타파의 다큐멘터리는 친일파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사람 임종국에 대한 다큐멘터리였지만. 




다큐멘터리를 본 후 친일파라는 단어만큼이나 자극적이게 다가 온 것이 임종국이라는 이름 석자였다. 주제도 주제였지만 옳바른 역사를 위해,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반평생을 바친 작가라는 것에 자극을 받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다큐멘터리 내에서 나오지만 임종국 작가는 친일파에 글을 쓰는 시간보다 글을 쓰기 위한 완벽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고 한다. 필사로 10년치 분의 신문을 복사하지 못 해 필사했고 돈이 생기면 족족 사료와 자료를 찾는 것에 썼다고 하니, 그 짧은 다큐멘터리가 보여준 그의 열정과 끈기는 머릿속 어딘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다큐멘터리를 보자마자, 이 작가가 피와 땀을 쏟아 부은 책은 어떤 책일까 라는 의문점이 들었고 적어도 한 번은 읽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함 그 이상으로 들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달음에 예전에 종종 들리던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혹시나하며 책방 주인아저씨에게 물었더니 역시나 였고 임종국의 '친일문학론'은 헌책방에 있지 않았다. 대신 '친일파: 그 인간과 논리' 라는 책이라도 있어 아쉬움 마음이 달래졌다. 책 첫 부분 몇 장을 넘겨보니 '...임종국 선생님께 이 책을 올립니다.' 라는 문구가 들어왔고 바로 손에 쥐고는, 오랜만에, 온 김에 다른 책도 사자해서 헌책방을 둘러 보고 몇 권 더 집어 들고 나왔다. 집에 와서 펼쳐 본 책은 쉽사리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예전부터 역사를 좋아하고 관심을 두고 있던 편이었지만 상대적으로 근대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을 주지는 않았었다. 해방 이 후 부터 현재까지는 6.25를 제외하고는 중,고등학교 시절 때도 역사시간에 그리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익숙하지 않다보니 아는 것이 없었고 아는 것이 없다보니 흥미가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삼국지는 열 번 읽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봤어도 일제시대의 역사와 해방 후의 역사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소리는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여하튼, 머리가 제법 굵어서야 우리나라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었고, 그러던 중 이번에 우연치않게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읽게 된 것이 친일파 : 그 인간과 논리다.  







책은 크게 3 부로 나뉜다, 1 부는 대한민국이 독립한 뒤 친일파에 대한 척결이 얼마나 미미 했었는지에 대해서, 2 부는 일본이 대한민국을 점령한 뒤 36 년간 어떻게 수탈하고 잔학하게 굴었는지에 대해서, 마지막 3 부에는 절개와 변절이라는 내용으로 이 책의 공저 세 명을 제외하고 기타 다른 사람들이 쓴 친일에 관련 된 글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 한 편은 임종국 저자의 글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흥미롭다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읽은 부분은 1부였다. 대한민국이 해방을 겪은 뒤 일어난 친일파들에 대한 척결 문제가 어떻게 결과가 없다 해도 될 지경으로 끝이 나게 됐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책의 주제 자체가 친일이다 보니 모든 글들이 역사와 관련이 있지만 논문형식(논문일 수도 있다)으로 된 1부는 어떤 식으로 당시의 역사가 흘러갔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준다. 20년도 된 책이어서 그런지 논조가 자칫 잘 못 읽으면 좌파의 시각으로 또는 빨갱이의 시각으로 쓰였다는 오해를 부를 여지가 있긴 하지만 그리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인다. -21세기가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빨갱이니 종북이니 하는 것이 더 웃긴 일이지만- 하지만 쓰이는 단어와는 상관없이 꽤 중립적인 시각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분석하고 그려내고 있는게 이 책의 1부다. -물론 책의 다른 글들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실을 근거로 쓰였겠지만 말이다- 




1 부의 내용은 독립부터 미국군정을 지나 남한 단독정부가 들어 선 이후까지의 일을 서술하고 있다. 당시대에 존재했던 우파,좌파 중립적인 정치세력, 그리고 미국군정과 소련이 어떤 시각으로 친일문제를 바라보고 실제로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글을 쓴 저자들은 친일문제는 대한민국이 시작함에 있어 가장 첫 번째로 해결 됐어야 할 문제였다는 시각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 한 것은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것과 다름이 없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1부를 읽고 나게 되면 당시의 시대상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상이 정도를 달리 할 뿐 형상은 그리 변한게 없다는 거다. 그리고 1부에서는 1950년대 이후 여전히 건재한 친일파가 어떻게 활동하며 행태를 보여줬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2부에서는 일본이 조선을 어떻게 수탈하고 잔혹하게 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 준다. 일본이 실제로 조선을 점령하던 시기부터 한일 수교를 맺기 전부터 시작 된 일본정치인들의 망언들을 수록하고 있다. 



3부에서는 병합과 창시개명에 대한 반발로 조선에서 일어난 일들을 소상하게 적어 놓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결을 하고 변절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변절을 하고 일본 내선일체를 지지했는지. 다양한 저자들이 속한 3부에는 일본 육사출신의 계보와 이토부터 시작 된 통치를 주도한 조선총독 9인의 통치방식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작년 학교를 마치고 거리에서 산 카뮈의 이방인 이 후 책을 단숨에 끝까지 읽은 책이다. 분명 책으로서는 재밌기도 한 부분이 있고 지루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루한 부분까지 이겨내고 다 읽어 낸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 책을 읽음으로 내 안 어딘가에 있는 애국심을 자극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한국인이라는 사명감에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궁금할 때 마다 찾아보는 정보들 처럼 더 읽고 싶고 알고 싶다라는 마음이 조금더 강했었다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단편적이나마 무언가라도 읽고 있는게 보통이기에 다른 단편적인 정보를 읽는 시간에 이번에 산 이 책을 읽어보자 였다라고 할까. 





뜬금없는 결론이지만 대략적으로 흥미롭게 그리고 진지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이다. 내가 모르던 무언가를 알게 해주었고 평소 막연하게나마 티비의 드라마를 통해서 알고 있던 부분들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해준 책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기회가 된다면 평생을 바쳐 친일파를 연구했다는 임종국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다른 것을 떠나 어느 한 사람이 한 가지에 열정을 다했다는 것에 책에 대한 흥미를 지울 수가 없다. 길 지날 때 마다 우연찮게 만나 사 둔 헌 책들을 다 읽지도 못 하고 이 책을 사며 또 몇 권을 더 사버린 탓에, 밀린 숙제가 늘었지만 말이다          

    





친일파 그 인간과 논리, 김상웅, 이헌종, 정운현 공저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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