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를 본 지 한 2주 넘은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자마자 리뷰를 쓰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많은 분들 못 보신 상태에서 괜히 그리고 우연찮게 제 글을 보고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을까 하는 오지랖 때문 이지요. 이제 설국열차도 개봉한지 3주가 지났고 보고 싶으 신 분들은 웬만큼 보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개봉하기 전 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개봉한 지 19일 만에 800만을 넘겼으니 이 정도면 성공을 거두었다고 봐도 무방 하겠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기 전 부터 기대를 하고 있던지라 사람들이 말 하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을 그다지 신경쓰고 보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와 연기력 되는 서양 배우들이 나온다는 말에 실망을 해 봐야 얼만큼 하겠느냐 하는 생각이 더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개인적인 영화 만족감은 실망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영화가 전혀 재미가 없어서 실망을 했다기 보다는 봉준호 감독의 색깔을 많이 잃은 영화라고 느꼈기에 더 실망이 컸다. 실망을 한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스토리를 자체를 식상하게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어딘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 끝이 없는 결말 영화에 대한 리뷰를 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건 영화를 배워 본 적도 없고 영화에 대해 공부 해 본적도 없는 한 명의 관객으로서 열심히 찍은 영화에 대해 쓴소리를 할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영화를 본 한 명의 관객으로서 리뷰를 남겨 본다.
1. 빈부의 격차에 관한 이야기
고전소설,영화,드라마, 학회, 연극, 만화, 동화,실제 역사 등 쓰이지 않은 곳이 없는 인간 사회에 관한 이야기인 빈부격차라는 소재는 뭔가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꼬리칸과 엔진칸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또 다른 계층의 존재하고 각 계층에 존재 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삶을 이어 나간다. 영화 개봉 전 부터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던 지라 봉준호 감독이 어떻게 풀어 나갈지 사뭇 기대에 차 영화를 보았다. 봉준호 감독식의 영화와 봉준호 감독이 풀어 낸 빈부격차의 시각이 궁금했다. 하지만 새로울 것도 봉준호 감독만의 시각으로 바라 본 빈부격차에 관한 이야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꼬리칸의 반란, 무력으로 진압하는 지도자, 꼬리칸의 삶이 어찌 되었든 자신들의 삶에 집중하는 각기 다른 칸에 사는 사람들. 이 전에도 그 전에도 이미 숱하게 반복되던 스토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이야기를 되풀이 하고 있다. 꼬리칸 사람들이 가진 희망, 그 희망을 이루어 내기 위해 고군부투하는 주인공...멋지고 의미 있는 이야기지만 설국열차는 멋지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반복 할 뿐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 했다. 꼬리칸과 엔진칸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굳이 열차로 한정 짓지 않아도 숱하게 많은 상황에서 연출이 가능하다. 피와 선정적인 장면이 난무하는 HBO의 스파르타쿠스(게다가 실제 역사다.)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2. 매끈하지 못 한 연결들
영화초반, 긴장감이 있다. 영화초반에는 주인공과 꼬리칸 사람들이 반란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영화의 긴장감은 고조되다 남궁민수가 등장하면서 한 풀 꺽인다. 그래, 이 부분은 긴장도 올라가기만 하면 안 되니 내려 갈 때도 있어야지, 그리고 외국인만 등장하는 영화에 한국인이 등장하는 부분이니 약간 어색할 수도 있겠다 하고 넘어 갔다. 하지만 긴장의 맥이 탁하고 풀리는 장면은 제대로 된 액션신이 나오는 장면이다. 남궁민수의 딸이 초능력으로 보이지 않는 곳을 투시하고 열차 사이의 문을 여지 말라고 했을 때 긴장감은 다시 상승한다.
복면을 쓰고 칼과 도끼 같은 무기를 들고 등장하는 무리들. 보기에도 딱 겁이 나는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액션에 들어 갔을 때의 그 실망감이란... 화끈하지도 복면을 쓰고 칼과 도끼로 무장한 건장한 남자들과의 싸움은 극도로 올라간 긴장감을 극도로 내리 깍는데 한 몫 한다. 분위기는 선혈이 낭자 할 것 같지만 선혈이 낭자하지도 않고 살육이 시작 될 것 같은 분위기에서 막상막하로 치고 박는 코리칸 사람들과 복면 무리들의 싸움은 시시하기 그지 없었다. 거기에 터널을 지나며 열차안이 곧 컴컴해 진다고 할 때 다시 한 번 긴장감은 올라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 터널을 지나며 열차 안이 컴컴 해 졌을 때도 올라 간 긴장감을 시원하게 터뜨려 줄 무언가가 나오지 않았다. 횃불이 필요하다고 소리 칠 때 꼬리칸부터 횃불을 들고 달려오는 꼬마의 모습을 보며...정말?정말? 이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했다. 차라리 주인공이 성냥을 가지고 크로놀에 불을 붙였더라면, 아니 남궁민수까지만 되도 납득 하기가 더 쉽지 않았을까..그 이 후부터 영화의 긴장감은 급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해서 다시는 올라 올 수 없는 한계점 밑으로 내려가 버리고 만다. 각 열차칸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부분의 하나였겠지만 평화로운 다른 칸들을 보면서도 꼬리칸 사람들의 삶이 떠오르지 않고 비교가 되지 않은 것이 영화를 매끄럽지 못 하게 한 부분이 아닌가 한다.
3. 결론없는 결론
영화는 긴장감이 내려간 뒤 부터 어떤 무언가가 다시 나오겠지 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갈등을 겪고 고난을 겪고 위험을 해쳐 나가며 목적지에 다다른 주인공. 그가 목적한 그곳에 다달았을 때 내 뱉은 꼬리칸에서의 참사는 갑자기, 왜 그 상황에서 그 대사를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게 만든다. 차라리 엔진칸에 몸 담고 있는 윌포드의 입에서 주인공의 치부를 담은 이야기가 나왔다면 어땠을까? 어쨌든, 주인공과 윌포드의 만남으로 인해 주인공은 선택을 강요받게 되고 또 다른 주인공 남궁민수는 열차를 탈출 할 계획을 실행하려 한다. 변화 될 수 없는 각 칸의 삶,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살아야만 하는 승객들의 삶은 누군가에 의해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윌포드는 역설하고 주인공은 그 말에 반박하지 못 한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느끼고 있고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반복하며 말 해온 말을 윌포드는 그대로 한다. 윌포드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작은 문제는 반전이라고 숨겨왔던 꼬리칸 지도자의 비밀이었는데 이마저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꼬리칸 지도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가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 어떻게 알았지? 라는 아주 단순하고 근본적인 질문이 든다는 것이었다.
새로울 것도 충격을 받을 것도 없는 대사였다고 할 까. 그리고 영화는 막바지로 이르러 열차의 문이 폭파되고 생존자들은 열차 밖으로 나온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 온 생존자들은 열차가 아닌 새로운 세상에 내던져 지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삶을 시작한 생존자들은 열차칸에서 반복되던 사회체계를 거부하고 새로운 세계를 이룰 수 있을까? 덩그러니 떨어진 새로운 세상에서 그들이 시작 할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 상상은 관객의 몫이고 감독이 그 마지막 대답까지 던져 줄 의무는 없다. 하지만 영화가 그 동안 인간 역사에서 연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불공평한 사회상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면 적어도 결론 만큼은 뭔가 색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사실 괴물이라는 영화도 전체적인 스토리는 이미 다른 영화들이서 많이 다른 주제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었던 주제 였지만 괴물은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달랐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개인적으로 재밌었 던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 농담을 섞고 있다는 것이다. 괴물을 퇴치하는 한국의 영웅들은 폐차 직전의 차와 무기를 카드로 긁어 샀어야 하며, 그 동안 모아온 동전을 뇌물로 바쳐야 했다. 도움을 주겠다는 친구는 사실 쁘락치여서 영웅을 팔아 먹으려 했고, 괴물을 잡다 잠시 쉬러 들어간 그들의 가게에서는 아버지의 일장연설에 잠이 드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겪고 있는 삶을 농담과 풍자를 섞어 보여주던 봉준호 감독식의 유머는 온데 간데 없이 밑밑한 대본만 남은 영화가 설국열차 같다. 물론 한국식 영웅들을 한국식으로 풀어 내는 것과 서양배우들을 두고 한국식 유머를 구사하라는 기대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설국열차가 괴물과는 다르게 조금 더 진지한 영화이고 영화자체가 사회를 풍자하는 영화이기에 그런 농담과 풍자들이 배제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봉준호 감독식의 영화를 기대 하고 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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