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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Tech Review

애플, 샤오미 그리고 한국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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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집약적, 수출주도형, 자국기업보호정책 이 단어들은 70년대부터 80년대, 아니 90년대까지도 대한민국의 경제를 대표하는 표현들이었다. 우리 어머니, 숙모세대가 그들의 머리를 자르고 가발을 만들어 수출을하고, 우리 삼촌들이 쥐를 잡아다 팔면 공장은 가죽을 만들어 수출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 기업들은 노동력과 원재료의 비교적 가격이 싼 제품들을 주상품으로 삼고, 정부는 보호정책을 펼치면서 수출정책을 고수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의 자본과 기술력이 상승하면서 일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한 때는 전자제품하면 미제나 일제를 선호하던 시절에는 한국제품은 자국민들도 싸니까 쓴다는 생각으로 구매를 했었다. 하지만 20세기가 끝이 나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삼성이 소니를 추월하기 시작했고, 현대의 자동차가 전세계로 팔려나가는 일이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가전제품으로는 한국을 쫓아 올 기업이 몇개 남아있지 않아 보였다. 





21세기 삼성과 LG가 세계적인 이미지를 갖추기까지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있는 기업의 이름 따위는 더욱 알지 못 하고 있었을 때다. 20세기는 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이고, 배를 타도 반나절이면 가는 그렇게 가까운 일본의 옆에 있는 나라 대한민국을 아무도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 나라 인지도 모를 때다. 대한민국은 일본의 기술을 쫓기위해 노력했고, 일본의 제품을 그저 배끼기만 할 뿐이라는 말을 들으며 싸구려 모방제품을 만드는 나라라는 오욕과 치욕의 세월을 보냈어야 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일본의 전자제품 기업들을 넘어섰다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10년도 되지 않은 지금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중국이 우리의 뒤를 아주 바싹 쫓고 있다. -언제나 하지만은 있고, 영원함이란 단어는 변화에만 어울리는 단어다- 몇 해 전, 중국의 전자회사 하이얼의 광고를 한국의 지하철에서 본 일은 잊지 못 할 기억으로 남는다. 불과 5년전? 아니 짧게는 2-3년전만 해도 중국의 제품을 사는 짓은 비상식적인 일에 가까웠다. -물론 우리가 쓰는 물건의 90%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중국회사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제조는 될 수 있어도, 중국이 만든 제품에 신뢰를 보낼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저급, 모방, 가짜라는 단어로 점철된 중국의 제품을 기꺼이 자신의 지갑을 열어 구매할 고객들이 몇 명이나 되었을까. 하지만 인식의 변화는 시작이 되었고 이미 판도는 바뀌기 시작했으며 우리가 실제로 체감을 하기 시작했다. 삼성의 적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패배, 떠오르는 스마트폰의 신강자 샤오미, 그리고 여전히 업계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애플의 아이폰6. 1등은 여전히 1등의 자리를 지키며 달리고 있고 3등이라고 불리지도 못 하던 또 다른 경쟁자는 이미 2등과 비등하다는 평가를 들으며 질주하고 있다.




애플이 터치스크린 방식의 소형 MP3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만해도 혁신에 가까웠다. 20세기에 21세기를 그리며 기대하던 제품이 드디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애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이팟 터치에 인터넷 기능과 통화기능이 추가된 아이폰을 내놓는다. 전화와 컴퓨터 그리고 MP3 이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소형기기를 혁신이라는 단어와 함께 전세계에 공개했다 말 그대로 혁신이었다. 애플이 아이폰을 시장에 던져 놓았을 때 대한민국의 휴대폰 기업들은 폴더폰을 만들고 있을 때다. 휴대폰 시장의 강자 노키아와 어깨를 당당히 겨루며 전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을 때다. 무서울 것이 없었고, 컴퓨터 회사 따위가 휴대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은 어려울 때였다. 하지만 아이폰 하나로 컴퓨터 회사는 거대 스마트폰 기업으로 발돋움 했고 시장의 판도를 완벽하게 그리고 완전하게 뒤집어 버렸다. 급격하게 변화된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휴대폰 공룡 노키아의 무너짐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국의 기업들은 발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고 아이폰을 벤치마킹, 새롭게 등장한 기술들을 그들만의 것으로 체화하고 실패를 거듭하며 아이폰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노력의 결과로 삼성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다시금 부상했다. 썩어도 준치 수준이 아닌 그 이상의 쾌거를 이루어 낸 것이다. LG 또한 이에 뒤쳐지지 않고 노키아처럼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하여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불과 많거나 적게 5년만에 일어난 일들이다. 급격한 시장의 변화에서 살아남은 휴대폰 기업들로 이루어진 스마트폰 시장의 현체제가 쉽게 변화될 것이라는 상상은 할 필요가 없을 듯 했다. 그렇다, 없을 듯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상의 가치도 없던 일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샤오미는 중국의 기업으로 스마트폰을 제조한다. 2014년 이전까지 샤오미의 이름을 들어 본 한국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니 불과 한 두달 전까지만 해도 샤오미라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몇 명이나 인지하고 있었을까. 하지만 며칠 전 샤오미는 한국의 신문에 대서특필되며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각인이 되었다. 아마도 중국에서는 이미 징조가 보이고 결과들을 내놓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에 소식이 전해지는 것이 느렸을 뿐인지도 모른다. 샤오미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그리고 섣불리 내리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렇지만, 현재 샤오미를 보는 세상의 눈은 아이폰의 기술과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삼성의 가격정책과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예전 중국제품의 이미지를 완벽히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증명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스마트폰보다 싼 가격, 하지만 기술은 아이폰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이미지 메이킹은 중국시장에서 거대함 그 이상의 성공을 일구어 냈고, 삼성의 시장 점유율을 넘어섰다. 어느 정도는 그들의 기술과 품질이 이미 증명이 된 것이다. 삼성의 제품을 쓰던 중국의 구매자들이 더 이상 삼성의 제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 하고 비슷한 품질에 더 저렴한 가격의 샤오미제품을 사들이고 있다. 




애플도 더 이상은 고품질 고가격 정책을 고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업에게는 엎친데 덮친격, 설상가상의 문제가 터진 것이다. 예전 고가의 컴퓨터들이 더 이상 고가로서 판매가 될 수 없게 되었듯이 스마트폰 또한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은 평준화 되고, 스마트폰이 더 이상 혁신이 아닌 평범함이 되어버린 지금 고품질 고가격 정책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가격이 싸지고 저가격이 평준화 된다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라는 질문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샤오미와 삼성의 차이는 크게 색다를 것이 없어졌다. 후발주자로서 선발주자만큼의 기능과 성능을 보장한 스마트폰을 저가에 판매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약간 다르다. 애플의 차이점은 그 동안 쌓아온 기업이미지가 고급스러운 제품을 선보이는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언제나 먼저 내놓는 회사라는 것이다. 물론 언제까지고 애플이 이미지 만으로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상 애플은 아이폰5 이후로 혁신은 고사하고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선보이지 못 하고 있다. 반복되는 비슷한 디자인은 인터넷에서 크기만을 바꾸는 애플의 제품이라며 조롱을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애플은 아직까지 어느정도의 여유는 있어 보인다. 여타의 스마트폰 회사들처럼 샤오미의 추격에 꽁무니가 빠지게 뛰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애플의 제품을 추종하는 충성스러운 고객들이 미국 뿐만이 아닌 전세계에 아직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애플이 지금까지 보여준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정체기에 들어간다면 -애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적자, 미국시장 샤오미가 점령- 이라는 기사가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노키아가 무너졌듯 애플도 언제고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사람들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미 정체기에서 오랜 시간 고통 받아온 한국의 경제가 새로운 탈출구와 동력원을 찾지 못 하거나 전자제품 시장에서-사실 중국과 한국의 경쟁은 전자제품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이 그랬듯, 어느 순간 굳어가는 화석이 된다면 한국이 지금까지 겪어 온 침체를 넘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보다 더 큰 장기 침체를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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