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대부분의 신생아 남자들은 20년 뒤에 군대를 가야 하는 숙명을 지고 태어난다. 이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을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미 겪었거나 이미 겪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 세대 때는 3년을 경험했어야 했고 그리고 지금 현재는 2년 이라는 시간을 대한민국 남자들은 군대라는 특수한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남자들의 경험하는 군대. 지금은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이나 푸른거탑 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시대이지만 불과 1-2년 전만 해도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들의 대화 주제 2위가 군대 다녀온 이야기 였다. (1위는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 남자들이 모이면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군대 이야기, 하루 종일 군대 이야기만 해도 끝없는 에피소드를 끄집어 낼 수 있음을 자랑한다.
군대 이야기를 할 때 주를 다루는 주제들은 훈련이 얼마나 힘들었는가, 내 선임이 얼마나 악랄했는가, 행보관님이 얼마나 많은 작업을 시켰는가, 내가 얼마나 힘든 일들을 해냈는가와 같은 무용담만 있는게 아니다. 이런 무용담을 늘어 놓으면서도 사실 한 켠에는 답답한 마음이 어딘가에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는 것이 군대이야기 이다. 그래도 이미 지나간 일들이고 생각해 보면 그리 나쁘지도 않은 추억으로 자리 잡았기에 답답함 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군대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났어도 지금도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없는 군대에서의 경험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최고봉은 단연 고무신 꺾어 신은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군화들을 슬프게 만드는 고무신들의 행동들을 알아보자.
1. 편지 답장이 늦어지고 결국 답장이 끊긴다.
편지는 군대에서 그 어떤 것 보다 소중하다. 신교대에서 조교들이 자대에서 당직사관들이 편지를 나눠 주는 시간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 만큼 섭섭한게 없다. 특히 여자친구로부터 기다리는 편지가 오지 않았을 경우 그것만큼 섭섭한게 없다. 받은 편지는 1 주일을 동안 읽고 또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한 달 뒤에 또 꺼내서 읽는게 편지다. 군인들이 걸그룹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 아끼는 것이 가족이나 연인으로 부터 받은 편지다. 특히 연인들로부터 받은 편지는 그들의 가슴을 따듯하게 하고 힘을 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렇기에 여자친구로부터 편지 오는 횟수가 줄기 시작하면 군인들은 절대 표를 내지 않아도 섭섭함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어 있다. 오늘도 내 편지는 오지 않았구나 하는 그 허탈감은 신병부터 말년 병장까지 느끼는 군인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2. 전화통화를 해도 시큰둥한 그녀
분명 몇 주전만 해도 내 목소리를 들으면 거의 울먹이며 전화를 받았고 저번 주 까지만 해도 상냥했던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점점 차가워 지고 대화 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느낄 때 군인들은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시큰둥한 그녀의 목소리에 왜 그러냐고 몇 번을 물어봐도 아무일 없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 하는 그녀. 그녀가 말 하는 그말 그대로 아무 일 없고 그녀가 조금 피곤해서 그렇다고 액면 그대로 군인들은 믿고 싶어하면서도 불안함을 떨쳐 내기는 힘들다. 걸그룹이나 여가수보다 천명보다 더 아낀다고 그녀에게 말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만큼 군생활에 낙이 되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 없다. 그런 그녀와의 통화를 이전처럼 제대로 하지 못 하면 그것만큼 신경쓰이고 군인을 우울하게 하는 것도 없다.
3. 전화통화를 하는 시간도 횟수도 현격하게 줄어든다
전화통화를 할 때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점점 차가워지다 결국 전화통화를 하는 시간도 횟수도 줄어들게 되는 순간이 오면 군화들은 미쳐가는 단계에 접어든다. 시험공부 때문에 바쁘다는 말까지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이해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나가봐야 한다는 말로 황급히 전화를 마무리 하려는 고무신의 말은 군화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분명 심경의 변화가 있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차마 묻지도 못 하고 가슴앓이만 끙끙하게 된다. 참다 참다 결국 화를 내며 나랑 통화하는 것이 친구 만나는 것보다 덜 소중하냐고 따지듯 묻고 싸우고 전화를 끊지만 전화를 끊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후회를 시작하는게 군화들이다. 싸운 여자친구를 달래 줄 수도 없고 싸우고 난 뒤에 사과하고 화해하기 위해 전화를 해도 여친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답답해 터져 버릴 것 같은 자신의 마음 조차고 달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혹여나 그 싸움 때문에 여친이 나를 떠나지는 않을까 하며 멍든 가슴을 부둥켜 않고 근무에 나가는 마음은 그 어디에도 비할 곳이 없다.
4. 면회를 취소한 그녀
휴가를 기다리는 것 만큼 설레는 마음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 여자친구의 면회다. 입대하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여자친구도 면회를 오고싶어 발을 동동 굴렀으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고무신이 면회를 온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면회를 오지 않는 것 보다 더욱 최악의 경우는 오겠다고 말 한 면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리는 경우다. 물론 면회 오는게 쉽지 않은 일이고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군인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5. 전화를 받지 않는 고무신
한바탕 싸운 뒤 주말에 수화기를 들고 착착한 마음으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을 때 받지 않는 것 만큼 군인을 탈영하고 싶게 만드는 것도 없다. 첫 번째는 그냥 못 받았다고 넘어가고 두 번째는 샤워를 하나 생각을 하고 세 번째는 전화기를 집에 두고 나갔나 와 같은 무수한 상상을 하게 된다. 10번을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하면서도 공중전화 수화기를 내려 놓을 수 없는 군화의 모습은 그렇게 처량 할 수가 없다. 결국 포기하고 내무반으로 들어 간 군화는 걸그룹이 나오는 음악 프로그램을 봐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분명 바쁜 일이 있었거나 못 받을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라고 세뇌에 가깝게 자신을 다독여 봐도 터질 듯 한 가슴을 풀어 낼 곳이 없다. 지금 당장 뛰쳐나가 여자친구를 찾아가고 싶지만 휴가를 나가려고 해도 최소 3개월은 기다려야 된다.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까지 악화 될 줄은 예상하지 못 하는게 군인들이다. 아니 예상하고 있더라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밤 열시 취침을 하면서 내일은 전화를 꼭 받겠지라는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잠에 드는 것이 여자친구가 있는 군인들이다.
6. 헤어지자는 그 흔한 말
내 여자친구는 아니겠지 3개월 전 여자친구가 고무신 꺽어 신었다는 김상병의 모습은 나와는 상관없겠지라고 철썩같이 믿었지만 결국 나도 제 2 제 3의 김상병이 되고 말았다. 몇 번을 시도해서 결국 여자친구와 통화가 되었지만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그녀의 차가운 말투는 기대하지 못 했다. 차갑고 냉랭한 말투 한마디 한마디는 악랄한 선임의 갈굼 따위에는 비교조차 하지 못 한다. 절대 나는 듣게 되지 않을 그 말이라고 믿었던 헤어지자는 말을 전화기로 통보받게 되는 즉시 정문을 통해 탈영을 할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 날 밤도 분명 뭔가 오해가 있었고 얼굴보고 대화하면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군화는 자신도 모르게 탈영을 계획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어머니 얼굴이 떠오르면서 자신은 그러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다독인다. 망치로 맞은 듯 멍들고 비수로 쑤셔 놓은 듯 피를 흘리는 가슴이지만 참을 수 밖에 없는 군화들. 여자친구에게 차인 군인도 알고 있다 누구의 잘 못도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서럽고 비참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녀는...후... 안 된다.
군대에서 겪은 경험담 중 최악은 군생활 중 여자친구에게 차인 일이다. 무용담도 아니고 유쾌한 기억은 더더욱 아닌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자친구 이야기.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없는 아니 웃는게 웃는게 아닌 걸 만들어주는 경험담 군대에서 여자친구한테 차인 경험이 그것이다. 여자친구가 고무신 거꾸로 신은 아픈 기억은 군대를 제대하고 예비역이 되도 예비역이 민방위가 되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고무신이 군화를 기다리는게 의무도 아니고 군대가 아니더라도 수 많은 연인들이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군대에서 이별통보를 받고 헤어짐을 경험한 기억은 유쾌하지 않은 기억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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