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ity Life/웹소설

흑색창기병 01

반응형

고연우는 숲길을 따라 걸었다. 연우의 옆을 지키며 걷는 말의 이름은 거루였다. 이미 밤은 깊어 그림자가 깊게 드리운 숲은 어둡기 그지 없었다.

고연우의 행색은 매우 단촐하였다. 양 옆의 옆구리에는 각각 칼과 창을 차고 있었다. 봇짐에는 고기를 말린 육포와 돈만 약간 들어 있어 무겁지 않았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걷는 연우였지만 얼굴에는 겁을 내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거루 또한 침침착하게 연우의 곁에서 함께 걸었다.

그렇게 걷고 걷던 중 멀리에 불빛을 내는 민가가 연우의 눈에 들어왔다.

거루야. 저기서 오늘 밤을 보내자.”

연우는 미소와 함께 거루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어느덧 도달한 민가 문 앞에서 연우가 조심스레 한 마디 외쳤다.

거기 계시오?”

문 쪽으로 사람의 그림자가 움직이는게 보였다. 문이 열리며 노파가 얼굴을 내밀었다.

뉘시오. 이 늦은 시간에.”

백발이 성성한 노파였다.

지나가는 나그네이온데 오늘 하루 머물고 가도 될런지요?”

제가 방이 하나 밖에 없고 아낙네 혼자 사는지라 방을 내어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노파가 홍조를 띄며 말했다.

하하. 그렇다면 지붕 밑이라도 좋으니 밖에서라도 머물 수 있을런지요?”

찬 밤이슬과 밤공기가 찹니다. 혼자 사는 아낙네의 방이나, 괜찮으시다면 방으로 드시지요.”

노파가 약간은 망설이다 한 대답이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홍조가 서려 있었다.

하하. 그렇다면 제가 염치 불구 하고 잠깐 눈 만 부치 도록 하겠습니다. 거루야 내일 아침에 보자꾸나.”

연우는 거루를 처마 밑에 두고 자신은 노파가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매우 따듯하고 아늑했다.

밖에서 보았을 때는 분명 백발의 노파라고 여겼던 여인이 방 안으로 들어와서 보니 얼굴에 윤기가 흐르는 여자였다. 노파가 아닌 젊은 처자였다. 머리가 백발이라 어두운 밤이 착각을 일으켰던 것이다.  

흠흠. 밤 늦게 이렇게 불쑥 찾아와 잠자리를 청하니 염치가 너무 없습니다.”

연우의 얼굴도 발그스름해졌다.

아닙니다. 지나가는 나그네 분의 행색이 부랑배같지 않고 말을 점잖게 하시어 제가 차마 거절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시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연우는 고개를 돌리며 방안을 훑어 보았다.

여기 베개와 이불이옵니다.”

아낙네는 장에서 이불과 베개를 꺼내 연우에게 건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아닙니다. 저는 이 쪽 벽편에서 잠을 청하겠습니다.”

아낙은 미리 깔아둔 이불을 끌어 벽쪽에 부쳤다.

저는 그럼 이쪽에서 자겠습니다.”

연우는 반대편 쪽 벽으로 붙었다.

방바닥이 매우 따끈따끈하고 따사로워 잠이 금방 올 것 같았다.

몇 마디 물어 보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 연우는 실례가 될 것 같아 말을 걸지 않았다.

저 도령님.”

?”

연우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불을 끄겠습니다.”

......그리 하시지요.”

아낙은 바람을 불어 등잔불을 껐다.

불을 끄고 아낙은 누웠다.

연우의 심장은 두근두근 뛰었지만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포기아닌 포기와 함께 잠을 들기 집중했다.

드르르르렁

연우는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푸루루룩. 히이이이잉.”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거루가 문 밖에서 거칠게 우는 소리를 내며 발을 굴렀다.

반응형

'City Life > 웹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0) 2023.02.23
새로운 임무  (0) 2022.08.22
화성 테라포밍 인터뷰  (0) 2022.08.22
인류 대멸절 이후의 세계  (1) 2022.07.27
아포칼립스 시대의 헌터마스터 김판섭씨  (0) 2022.07.05
웹소 -1  (0) 2022.07.02
김대리는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1,2)  (0) 2022.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