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면서 싸우고, 결혼을 하면 더 싸운다. 그래도 서로 손을 잡고 함께 길을 걷고 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잔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싸우고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사람이란 이해 할 수 없다. 상처를 주면서 사랑을 확인하고 사랑을 받으면서도 더 많은 사랑을 갈구하고 만족하지 못 한다. 인간이 가진 감정과 성격을 하나하나씩 그리고 좀 더 자세하게 설명 하다보면 정신병에 대한 설명과 비슷해 지지 않을까 한다.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고귀한 감정을 토대로 평생을 함께 하자고 약속했지만 언젠가부터는 서로가 서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 가게 된다. 이런 감정의 쇠퇴와 변화는-자연의 이치에서 보자면-어찌보면 쇠가 녹이 슬고 쇠에서 나온 녹이 쇠를 덮는 것 처럼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으로 남는 것은 사람에게는 그 녹을 벗겨낼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P씨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혼과 아버지가 된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갈 듯 하다. 아무리 결혼이지만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사실 함께사는 여자친구가 생긴 것과 크게 다를 바는 없지 않을까 한다. 물론 동거나, 연애하면서 함께지내는 것과의 무게는 엄연히 다르겠지만, 물리적으로 보자면 혼자 살던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고 함께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마음에 부담도 적을 있다. 본인이 챙겨주지 않아도, 함께 사는 부인은 성인으로서 어느 정도 자신을 보살피고 스스로 책임감 있게 행동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감이 두 사람에게 나누어 진다. 그렇지만 아이가 생긴다는 건 다른 문제다. 개인에게 분산되고 그나마 집중되어 있던 책임이 가족으로 모두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결혼이 특징 중 하나가, 개인은 사라지고 가족만이 남는게 아닐까 한다. 특히 아이가 생겼을 때는 더 이상의 개인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아내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과 아이와 아내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이니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이상적이고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으니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건 누구나 알고 있다. 이성적으로는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부담은 어쩔 수 없다. 부모도 사람이고 하나의 인격체이며 감정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직장을 잃고 사업이 망하여 가족이 여거지거로 흩어지고 이혼을 하는 부부부터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들도,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 처럼 보이는 부자까지도 아이를 두고 이혼을 한다. 그 사람들이 이혼을 하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제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혼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이혼은 우리 사회에 자연스러운 부분이 되었고 사회적으로 더 이상 소수가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요즘 세상에 그 누가, 자식에 대한 책임감도 없이 이혼을 그리 쉽게 결정하느냐고 딱 잘라 도덕적인 잣대를 쉽게 들이 댈 수 있을까. 우리가 생각하던 것처럼 결혼생활이 쉽지 않고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단계가 아닐까 한다. 우리 윗세대 분들처럼 그저 참고, 봐도 못 본척, 들어도 못 들은척, 알고 있어도 모른척 하며 결혼생활을 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질문을 던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며 아이에게도 정서적 불안감과 불행한 유아청소년기의 추억을 안겨주느니 차라리 이혼을 하는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도 수긍이 되는 사회가 되어간다고 본다. 도덕적인 기준으로도 이혼이 이해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결혼을 처음 해 본 사람이나, 막중한 책임감을 처음으로 지어야 하는 상황에 부담감과 심적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누군가의 아내, 남편이 되었다고 해서 인간적인 감정이나 개인적인 욕구가 없어지는건 아니지 않은가.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책임감의 무게에 따라 개인적인 욕구는 희생이 되어야 하고 인간적인 감정은 억눌러져야 할 강도도 동시에 상승하지 않을까 한다. 감정에 쌓이는 무게와 부담을 견뎌 낼 수 없거나 힘들다고 느낀다고 해서 그런 개인을 단순히 비난만은 할 수 없다고 본다. 가장, 아내, 남편 그리고 부모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고 인격체이다. 사람마다 견뎌낼 수 있는 비중의 부담감도 다르고 책임감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개인적인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아닌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할 때 느껴야 할 부담감은 적지 않을 듯 하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소식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상황이 어찌되었든, 결국 자신이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책임감은 본인이 질 수 밖에 없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인정하느냐 마느냐가 쉽지 않을 뿐이다. 개인을 포기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둔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고 책임감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느냐 마느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본인이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아마 P씨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 한 순간에 그 상황이 더 빨리 닥쳤기에 자신도 모르게 심적 충격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다른 부모들도 다 그렇게 산다는 진부하고 억지스러운 이야기는 도움이 되지 않을 듯 하다. 그렇게 말하면, 다른 누군가는 그냥 이혼하고 혼자 산다고 말 할 수도 있다. 남들도 하기에, 이미 누군가도 하고 있기에 우리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다, 결국 선택은 본인이 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이 아무리 힘이들고, 계획하고 있던 미래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도 상황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선택은 본인이 해야 한다. 그 선택이 빠르면 빠를 수록 아마 아내와의 대화도 더 잘 그리고 빠르게 진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 본인의 마음이 완벽하게 안정을 찾고 평화로워지지는 않을 듯 하다. 하지만 지금 겪고 있는 본인의 고통이 한 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든다.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선택 했을 때의 마음만 유지하는데 집중을 해야 될지 모른다. 어쩌겠는가, 개인의 선택에 따른 책임과 결과는 결국 개인이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건 바뀔 일이 없으니 말이다.
P씨가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잃는 것이 있을 것이고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힘들 뿐이다. P씨에게 책임감이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큰 무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본인이 짊어지어야 할 책임감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넓고 무겁게 책정하고 있기에 현재의 상황에 더큰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P씨가 책임감이 없던 사람이었다면, 아마 이런 고민도 하지 않고 이미 결론을 내리고 혼자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나름 본인의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에서 도망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짊어져야 할 책임감의 무게를 피하려는게 아닌 현재의 부담을 다른 식으로 분출시키고 풀어 내려하는게 아닐까 한다(P씨가 말 했듯 미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단순히, P씨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P씨도 잘 알고 있겠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선택하고 만들어낸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지고 힘들 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 뿐.
그리고 P씨의 현재의 기분을 모르기에 이런 뜬금없는 추천은 조금 그렇지만, 심심할 때 위의 두 코메디 영화를 기분전환 삼아 맥주라도 한 잔 하면서 보는 건 어떨까 한다.(이미 봤을 수도 있고 취향에 안 맞을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