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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소설/영어

우화, 비대한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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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신기하게 작동하는 몸이 하나있다. 이 몸은 여타의 다른 몸들과 다르게 머리가 온 몸을 자유자재로 통재한다. 머리가 다른 몸을 통제한다는 부분에선 새롭거나 신기할 것이 없는 몸이지만 이 색다른 몸은 영양분 공급을 조정 그리고 조절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음식물을 섭취하면 어느 곳으로 영양분을 공급할지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때는 피골이 상접하고 키가 매우 작은 몸이었다. 등가죽과 뱃가죽이 붙을 정도로 굶주림으로 끔찍하게 황폐화 되있던 이 몸은 이웃이 주는 죽을 먹어가며 버텨냈다. 이웃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지만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에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이웃들도 이 몸이 살아 남을 것이라고 전혀 기대치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지켜보는 이웃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죽어가는 몸에서 있는 힘을 짜내어 일어 섰다. 배불리 먹고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과 막연한 희망이 이 몸을 일어나게 만들었다. 걷기 시작했고 살아 남을 방법을 찾아 나섰다. 몸뚱이 밖에 없던 이 몸은 살아남기 위해 시궁창의 쥐까지 잡아먹었고 남은 가죽들을 모아 시장에 팔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존하기 위한 발버둥을 쳤다. 몸의 일부인 머리카락까지 잘라 한올 한올 정성들여 가발도 만들어 팔았다. 말그대로 배불리 먹어야 한다는 소박한 일념 하나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몸은 점점 건강해지기 시작했고 힘도 붙기 시작했다.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도 예전에 비하면 상전이었다. 손톱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고 잘라내버린 머리도 다시 자라났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했다. 가난에 찌들어 먹은 것이 없어 눈물도 흘러나오지 않을 만큼 배고팠던 시절로 돌아 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 몸을 사로 잡고 있었다. 일 할 수 있을 때 일하고 먹을 것이 있을 때 먹어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생기가 돌기 시작한 손톱의 끝이 갈라지고 밑에서는 피가 흘렀으며 어떤 손톱과 발톱은 심지어 빠져버리기도 했다. 발도 손도 관절 마디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몸의 끝자락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제는 쉴 때 쉬고 일 할때 일하자는 성토가 이어졌다. 하지만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머리는 몸의 부분들에게 더 일해야 한다고 예전의 기억을 상기시켜주며 강조했다. 자신이 쓴 머리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앞으로도 자신을 믿고 자신의 말만 들으라고 역설했다. 음식이 들어오는 입은 지금의 상황이 나쁠 것이 없었다. 그저 지금처럼 머리가 말하는대로 떠들면 언제고 산해진미가 자신을 통해 몸으로 들어갔다. 음식물을 받아 들인 내장들은 영양소의 대부분을 머리로 보냈다. 머리가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해야 지금까지 해 논 것처럼 잘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톱도 발톱도 갈라진 자신들을 보라며 내장에게 영양분을 더 줄 것을 요구했지만 내장은 듣는 척만 할 뿐 여전히 많은 양과 질 좋은 영양소가 머리를 키우기 위해 사용됐다. 아픔을 같이 느끼는 손도 발도 함께 목소리을 냈지만 공허한 소리로 끝이 날 뿐이었다. 입은 내장들이 하는 일을 언제나 옳다며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했다. 그리고 손과 발에게는 지금까지 잘 해주었으니 조금만 더 참고 앞으로 함께 나가자고 설파했다. 팔이나 다리 손 그리고 발과는 거리가 먼 몸의 일부분들은 입이 하는 말을 믿었다. 사실 이들은 손과 발이 말하는 고통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지만 실제로 느낄 수는 없었다. 손과 발 그리고 손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이 직접 겪는 고통이 아니었기에 동정심이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동질감으로 변하지 않았고 동질감이 생기지 않았기에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한동기도 없었다.    


이 가난했었던 몸을 바라보는 이웃들은 그저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할 뿐 이었다. 어떤 이웃들은 망가져 가는 손과 발을 보며 관리를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충고도 하였지만 대다수의 이웃들은 화려해진 부분만을 보며 경탄만을 금치 못 했을 뿐이다. 심지어 많은 다른 이웃들보다 키도 커지고 건강해져 있었다. 가난했던 그 모습을 찾아 낼 구석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몸을 보며 기적이라고 부르며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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