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평화로웠다. 머리를 자른 남자들은 사냥을 나갔고 아낙과 아이들은 농사를 지었다. 햇살은 광활한 대지를 찬란하게 빛냈다.
안샤르도 어머니를 도와 농사 일을 보았다. 몇 번의 새로운 해가 뜨면 머리를 자르고 부족의 사냥꾼이 될 수 있었다. 농사 일은 지루했다. 어서 빨리 활 쏘는 연습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있었다.
“어머니, 이제 활을 쏘러 가면 안 될까요?”
안샤르의 어머니 구다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라 낸 가흡만 묶어내면 가도 좋단다.”
“네!” 안샤르는 신이나 대답을 외쳤다. 손을 재빠르게 움직여 구다가 말한 가흡을 정리해 나갔다. 숲 속에 들어가 활을 쏠 생각에 입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가흡을 다 정리한 안샤르가 물었다.
“이제 가도 되지요?”
“그래. 어서 가 보렴.” 구다가 안샤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안샤르는 큰 미소로 대답하고 집으로 뛰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활과 화살을 챙겨 평소 연습하던 장소로 부리나케 달렸다. 부족의 사냥꾼이 되면 쿠루타를 타고 사냥을 나갈 수 있었다. 한 명의 성인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약속한 쿠루타의 이름도 이미 정해 논 터였다.
활을 들어 나무의 몸통을 겨누었다. 숨을 들이 마시며 활시위를 당겼다.
“야!”
안샤르는 깜짝 놀라 활시위를 놓쳤고 화살이 목표를 한 참 벗어나 뒷 쪽에 있던 나무에 날아가 박혔다.
뒤를 돌아보니 에레실이 서 있었다. 화살이 빗나간 것을 비웃듯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이었다.
“하하하.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아직 머리도 자르지 않은 녀석이 어디 어른인척 하려고! 어머니도 안 도와드리고 농땡이만 치니!”
에레실이 다가오며 꾸짖듯 말했다.
“농땡이라니! 나후쿠와족의 위대한 사냥꾼이 되실 이 안샤르에게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에레실.”
“에레실? 아직 머리도 안 자른 녀석이 어디 해를 먼저 본 이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 아직 네가 버릇이 없구나.”
“하하. 그래봐야 새로운 해를 나 보다 몇 번이 먼저 본 게 다 이면서 어른인척은. 위대한 사냥꾼의 연습을 방해하지 말고 어서 어머니들이나 도와드리지 그래?”
애레실이 눈살을 찌푸리며 안샤르의 활을 낚아챘다. 바닥에 꽂힌 화살을 뽑아 활시위에 물렸다. 그리고는 단번에 시위를 놓았다. 안샤르가 맞추려던 나무에 날아가 정확히 꽂혔다.
“아니! 남의 화살을 그렇게 자기 멋대로 쏘다니!”
“하하하. 이 정도는 되야 나후쿠와족의 사냥꾼이라 말하는거 아니겠어?”
“내놔!” 안샤르가 씩씯거리며 말했다.
“이 맛에 내가 너를 못 놔주지 히히.”
안샤르의 볼을 꼬집으며 에레실이 말 했다.
안샤르와 에레실이 활 연습을 마치고 마을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지평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부족의 사냥꾼들이 돌아 올 시간이었다. 안샤르와 에레실은 각자의 카운으로 돌아갔다. 안샤르가 카운에 들어서자 구다는 저녁을 이미 마무리 짓고 있었다.
들어오는 안샤르를 보며 구다가 말했다.
“곧 있으면 아버지가 돌아 오시겠구나, 마중을 나가야겠구나.”
사냥이 끝나고 남자들이 돌아 올 시간이 되면 모든 마을 사람들은 카운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가운데서 남자들을 함께 기다렸다.
각자의 사냥터로 퍼져 돌아갔던 무리들이 하나 둘 씩 마을로 돌아왔다. 쿠루타의 안장 뒤에는 사냥감들이 실려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쿠루타에 실린 사냥감들을 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사냥감은 가운데에 모아 각 카운마다 나누게 되어 있었다.
어둑해지기 시작하자 횃불을 피워 마을을 밝혔다. 가장 늦게 들어 온 무리는 안샤르의 아버지 에리두가 이끄는 무리였다. 평소보다 더 늦은 시각에 마을로 돌아왔다.
에리두가 이끈 무리에는 사냥감이 별로 실려 있지 않았다. 몇 마리 있지 않은 사냥감을 급하게 내린 에리두의 무리였다. 에리두는 부족 최고의 사냥꾼이였고 전대 부족장 아부주를 이은 부족장이었다.
“아버지 잘 다녀오셨어요?”
안샤르가 아버지에게 인사했다.
“그래. 잘 다녀왔단다.” 에리두의 얼굴이 평소와는 다르게 어두웠다.
사냥감들을 고르고 나누는 일들은 아낙네들이 할 일이었다. 에리두는 평소와 같이 자신의 카운으로 돌아가지 않고 각 무리들의 우두머리들을 불렀다. 카운으로 들어갔던 우두머리들은 에리두를 따라 아부주의 카운으로 함께 갔다.
“엔리두 입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들어오라.” 아부주가 말했다.
아부주의 카운에 엔리두와 각 무리의 우두머리 네 명이 둘러 앉았다.
“무슨 일인가?” 아부주가 물었다.
“세 발 달린 새들을 보았습니다.”
“세 발 달린 새?”
“네. 그들의 탈 것을 타고 세 발 달린 새의 깃발을 든 두 명의 남자를 보았습니다.”
엔리두가 세 발 달린 새라고 말하자 아부주와 다른 우두머리들이 흠칫 놀랐다.
“정말 세 발 달린 새가 확실한가?” 세 번째 우두머리 이르쿠가 물었다.
“확실하네.” 엔리두가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위대한 어른이시여,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아부주는 눈을 지긋이 감고 대답했다.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 한다. 내가 머리를 자르기 전에 나타났던 세 발 달린 새는 아무 일도 벌이지 않고 우리들의 평야를 지나갔다.”
“하지만! 우리 조살들은 새 발 달린 새들과의 전쟁에서 지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우리 부족사람들을 죽이고 자신들의 땅으로 끌고 갔었습니다. 선대들께서는 언제나 세 발 달린 새들을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혹시 모를 위험이 될 수 있으니 카운을 걷고 숲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갈다람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