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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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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지 않냐." 

"아니, 안 지겨워." 

중선은 이런 주제를 실어한다. 처음부터 싫어했던 건 아니다. 하도 내가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잊혀질 만하면 또 꺼내니 이제는 지겨워한다. 

"아니, 그냥 대충 살아. 뭘 그렇게 복잡하게 고민하고 많이 생각하려 그래. 대충 좀 살자." 

"대충 살고는 있어. 그냥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그럼 너 혼자 생각하고 입 밖으로 안 꺼내면 안 되겠냐. 그냥 아무 얘기 다 좋은데,  이제 좀 지겹다."

중선이는 좋은 친구다. 언제나 조곤조곤 말을 한다. 화를 안 내는 건 아니지만 쉽게 화를 쉽게는 안 낸다. 관심없는 이야기다 싶으면 귀를 닫고 듣는 척도 안 하지만 그렇다고 그만 떠들라고 내 입을 틀어 막는 경우도 없다. 다만, 언젠가부터, 이 주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만 이야기 하라고 할 뿐이다. 

"후, 떠나고 싶다." 

"내가 몇 번 말해. 떠나 떠나라고 했잖아. 떠나지도 못 할 거 백날 천날 그렇게 떠들기만 하냐 너는." 

"떠날거야."

"그래 제발 좀 떠나라 어디든 좋으니까 제발 좀 떠나. 어디에 가든 떠나고 싶다는 말은 거기 가서 해라." 

"떠난 곳에 가서 또 떠나고 싶다고 하라고?"

"넌 어디를 가든 떠나고 싶다고 할거야. 그 시간이 오래 걸리냐 짧게 걸리냐지. 네가 딴 곳에 가봐라 안 떠나고 싶을지." 

"그런가...."

"아 모르겠고 뭐 먹을래. 배고파 빨리 밥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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