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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Life/인문사회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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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일요일 오후였다. 처음 나온 해외, 일요일 오후, 커피 한 잔, 한가한 거리, 카페테리아 야외에 앉았다.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간의 촉박함도 없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아무 계획 없는 여유로운 오후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무료한 오후가 될 거라며 투덜거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 일이 없고 만날 사람이 없다 한들 지루함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국의 거리에서 여유로운 늦은 아침은 사람을 들뜨게 했다. 커피를 입으로 가져가며 내 앞을 지나치는 외국인들, 아니 현지인들이 외국인인 나의 눈에 들어왔다. 풍경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그들의 모습 또한 눈여겨볼 외국의 모습이었다. 


여유롭고 평화로웠던 기분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건 순간이었다. 생각이라는 게 늘 그렇듯 아무 예고 없이 덜컥 찾아왔다. 내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엔 한국에서 보아오던 그 얼굴들이 보였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은 바쁜 걸음으로 내 앞을 지나다녔다. 아마도 일요일인 그 날에도 일 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무표정하고 피곤에 찬 얼굴들은 나에게 한 가지 생각을 안겨주었다. 외국 어느 카페테리아에서 새로움을 느끼던 나의 일요일은 그들에게는 일상이었다. 특별히 새로울 게 없는 카페테리아에 외국인 한 명이 앉아 있었을 뿐이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다는 말을 처음 나간 외국에서, 한 달도 되지 않아, 체험하는 순간이 되어버렸다. 나의 이국적인 일요일 늦은 아침은 평범한 오후로 바뀌어갔다. 나는 특별한 어떤 곳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닌 누군가의 일상에 들어간 것뿐이었다. 우리 동네를 여행하는 외국인 여행객이 이런 느낌이겠구나 라는 뜬금없는 역지사지도 덤으로 찾아왔다. 



http://www.podbbang.com/ch/17052

    https://www.youtube.com/watch?v=Bmy-YT7ev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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