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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소설

여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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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자식이?”

 

샤르나가 고리대금업자의 주먹을 막으며 외쳤다. 전광석화와 같이 샤르나는 몸을 돌려 주먹을 고리대금업자에게 날렸다. 정확하게 턱을 맞은 고리대금업자가 바닥에 누웠다. 뒤에 서 있던 쿠르타는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일까지다, 내일까지 지금까지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네 목숨은 내가 걷어 간다.”

저 멍청한 놈부터 처리하시고 말씀하시지. 내일은 꼭 내가 돈을 만들어 놓겠어.”

샤르나가 비장한 말투로 말했다. 쿠르타의 부하들은 비실비실하지만 쿠르타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쿠르타의 다른 부하들이 쓰러진 남자 양 옆을 잡고 끌고 갔다. 쿠르타는 다시 한 번 말을 남겼다.

샤르나, 분명 말했다. 내일이 마지막이다. 내일 까지 돈을 마련하지 못 하면 네 목숨은 내가 걷어 가겠다. 타쿤 신에게 맹세한다.”

타쿤신은 루샤르 족이 믿는 약속의 신이었다. 루샤르 족이 타쿤신에게 맹세한다는 의미는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미였다.

알았다고 이 자식아. 당장 꺼져!”

샤르나는 쿠르타의 말에 흠칫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쿠르타와 일당들이 돌아간 자리에 샤르나는 잠시 서 있었다. 주머니에는 30 덴이 들어있었다.

흐흐흐. 오늘은 달팽이 한 번 달려 볼까?”

샤르나는 그 길로 달팽이 시합이 열리는 선술집에 달려갔다. 선술집에는 이미 취해 비틀거리고 시비가 붙어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과 달팽이 시합에 돈을 건 사람들이 뭉쳐 있었다. 샤르나도 선술집에 들자마자 바로 무리에 일원이 됐다. 한 손에는 가장 독한 술 중 하나인 가룬이 들려 있었다.

3번 달려! 달리라고! 야이 정신 빠진 놈아 어서 달려!”

기다란 판에는 느릿느릿 걸어가는 7마리의 달팽이가 경주를 펼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노름판의 달팽이들을 응원했다.

샤르나도 자신이 건 6번의 달팽이에게 엄청난 목소리로 소리치며 응원했다.

달려! 달리라고!”

달팽이는 샤르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두를 빼앗지 못 하고 3위로 달리고 있었다. 샤르나는 이미 자신이 가진 29덴을 전부 이 6번 달팽이에게 걸어 둔 상태였다. 이 번에 성공하지 못 하면 쿠르타의 칼에 목숨이 날아 갈 수도 있었다. 샤르나의 급박함이 6번 달팽이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

6번의 달팽이는 열심히 달렸지만 3위자리도 빼앗긴 채 4위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샤르나는 손에 있는 잔의 술을 모두 비웠다. 화가 나고 허탈해 잠시 동안 자리를 뜨지도 못 했다.

그 때 뒤에서 샤르나의 엉덩이에 사람 손이 느껴졌다.

샤르나가 뒤를 돌아보니 자신보다 키가 작은 중년 남자가 음흉한 미소로 샤르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 남자가 샤르나의 엉덩이를 지긋이 쥐며 말 했다.

오늘 돈을 많이 잃은 모양인데 아가씨, 오늘 밤 나랑 같이 지내면 말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샤르나의 주먹이 남자의 정면을 강타했다.

뭐라는 거야 이런 빌어먹을 자식이.”

남자는 샤르나의 주먹에 뒤로 날아가듯 넘어졌다. 코와 입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이 년..”

남자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 했다. 그 때 갑자기 그 중년의 남자 주변으로 다른 건장한 남자들이 몰려 들었다.

카룬다님!”

..저년 잡아!”

카룬다는 자신을 둘러 싼 남자 두명에게 명령했다.

건장한 체격의 두 남자가 샤르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샤르나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한 남자에게 던지며 바로 다른 한 남자에게 달려 날아 들었다. 그리고 곧 그 남자의 입과 턱 주변에 샤르나의 발이 꽂혔다. 남자는 그대로 얼굴을 잡고 고꾸라졌다. 잔을 피한 다른 남자는 샤르나를 잡으려 양 손을 뻗치고 있었다.

샤르나는 상체와 고개를 숙이며 빠르게 그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어 머리로 남자의 얼굴을 들이 받고는 무릎으로 낭심을 제대로 가격했다.

…”

동공이 커진 눈에는 눈물이 차 올랐다.

샤르나는 뒤를 돌아 방금 전 쓰러진 남자의 얼굴에 발길질을 함으로써 싸움을 마무리 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이 샤르나. 경비병들이 와서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어서 나가라.”

덩치가 크고 얼굴에는 칼자국이 있는 술집 주인이 말했다.

알았어요. 바넌 아저씨. 오늘도 죄송해요.”

두 명의 남자를 쓰러뜨린 실력과는 상반되게 매우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샤르나였다.

샤르나는 술집을 빠져 나가자자 마자.

! 저 저년 잡아! 어딜 도망가! 너 내가 누군줄 알아?”

카룬다는 앉은 자리에서 외치기만 할 뿐 이었다.

샤르나는 어둑해진 투흐 마을의 밤거리를 지나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샤르나의 아버지 아지프는 이미 잠에 든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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