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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Dating/연애에 관한 고찰

이별을 완성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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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관계를 끝내고 행복을 찾아 떠나고자 하는 확고한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음식점 주인이 있다. 그의 기억력은 매우 뛰어나다. 상냥한 그의 성품에 손님들 또한 상냥과 음식값으로 그에게 보답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그날 완벽에 가깝게 대접한 상냥한 손님들은 일과의 끝과 함께 그의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정말 특별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미친 행동이나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를 했던 사람들은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다. 또는 음식을 제대로 가져다 주지 못 하거나 완벽에 가깝게 대접하지 못 한 손님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모순되게도 자신이 잘 대접한 손님보다는 자신에게 피해를 주었거나 그가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거나 끝내지 못 한 상황과 그리고 연관된 사람들이 머릿속에 더 남는다는 것이다. 이를 자르가닉 효과 또는 미완성 효과라는 것이 있다. 


여기 두 남녀가 있다. 충분히 서로를 알만큼 사귀었고 다른 연인들처럼 가벼운 싸움부터 큰 문제까지 해결하며 둘의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사랑은 무뎌져 갔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 의구심 또는 불확신을 갖게 된다. 당사자들이 동시에 이런 감정을 갖는 경우에는 점점 멀어지다 헤어지게 되겠지만 어느 한쪽만의 마음이 약해지고 불확신으로 가득 찬다면 어떨까. 반대편의 경우는 여전히 사랑이 활활 타오르는데 말이다. 




어느 사소하거나 큰 계기로 싸움을 하게 된다. 마음이 약해지던 쪽에선 이 계기를 통해 마음을 접어야 되겠다는 마음이 커진다, 이별에 가지고 있던 불확신이 확신으로 돌아서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완벽하게 한 가지 감정만 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단 말인가. 이별에 대한 확신에 못을 밖지 못 하고 결정을 못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미 마음을 이별 쪽으로, 확실하게 돌렸다면 이별을 선고하고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슴 한 편은 불편하고 뇌의 한 편에서 떠오르는 지나간 추억과 기억들이 이 이별 결정에 대해 올바른 선택인지 다시금 의문을 품게 만든다. 과연 일시적인 감정인가,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게 옳은가 등등. 확신이 든 것 같음에도 이런 추억들과 기억, 그리고 본인 결정에 대한 의심 등이 이별 결정의 발목을 잡는다. 무언가 석연치 않고 찜찜한 것이다. 마음이 약해진 쪽의 이별 결정에 확고함을 충족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반대편의 행동뿐이다. 


그것이 바로 열렬한 사랑고백이며 이별 결정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며 과거로 돌아가자고 눈물로 설득하려는 행동이다. 사람은 자신이 얻지 못한 것을 선망하고 얻고자 한다. 길을 지나는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자신의 마음을 전했지만 거절받았을 때와 비슷하다.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이 생기고 심하게는 집착까지도 생긴다.


만약 헤어지자고 확고히 마음을 먹어가는 연인에게 아직도 변하지 않은 뜨거운 마음을 전한다면, 그 사람의 마지막 빈부분을 채워주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무언가 찜찜하고, 석연치 않았던 부분은 사실 지나간 추억 따위나 선택 장애가 아니라 이 사람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주고 아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감정이다. 다 얻지 못한 것을 끝내기에는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다. 이제는 함께해도 행복할까 라는 의구심을 주는 상대편이지만, 그동안 자신이 연애를 하고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이 이별을 말하는 자신을 붙잡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후회할 것 없이 받아들이고 불편한 마음이 사그라들 확률이 크다.


자신도 지난 연애기간 동안 진심으로 마음을 주었고 그 사람을 아꼈지만 이제는 아니다. 자신의 감정은 이미 확인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감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진정 나를 사랑했었는지, 내가 준 만큼의 사랑을 이 사람이 나에게 주었는지는 상대방의 입과 행동을 통해 듣고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주고받은 감정이 평행을 이룰 때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지는 만족감이 생기게 된다. 이별을 하고자 하는 쪽은 과거에 대한 미련도 버릴 수 있고,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에 후회를 가질 일도 없다. 


그러니 이별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더욱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의 마음을 지난 시간 동안 얻었었고 지금도 얻고 있다는 의미는 내가 준 만큼, 또는 기대했던 만큼 이 사람이 나로 인해 행복했고 내 사랑을 느꼈으며 다시금 나에게 그 사랑을 돌려주려 노력했고, 지금도 그러고 싶어 한다. 연애를 잘했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었다는 성취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상대방의 감정으로 채워지는 성취감과 만족감, 이 의미들이 가리키는 바는 이별 완성의 마지막 조각이고, 이렇게 이별이 완성된다. 나도 상대방을, 상대방도 나를 사랑했기에 지나간 시간을 후회할 필요가 없다. 




나는 더 이상 줄 마음이 없다. 하지만 상대방은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 더 줄 것도 노력을 통해 얻어낼 것도 없다. 완벽하게 깔끔한 연애를 한 것이다. 


보통 관계를 끝내고 행복을 찾아 떠나고자 하는 확고한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열렬한 사랑고백도 무거운 침묵도 어떤 쪽이 상대방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자신이 끝내지 못한 것을 기억하고 끝내라고 요구한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고 떠나간 사람이 후회를 덜 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준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하였다는 만족감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다 주지 못 했고 상대방에게 여전히 해주지 못한 것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쪽에서는 상대방을 기억하고 다시금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과 집착, 강박에서 못 벗어 날 수도 있다. 이는 순수한 사랑에서 발로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끝내지 못한 것과 성취해내지 못한 것들을 끝내고 싶어 하는 뇌의 요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허우적거림 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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